[사설]北, 라오스서 끌고 간 탈북 청소년 9명 모두 공개하라

  • 동아일보

북한이 지난해 5월 라오스에서 강제로 끌고 간 탈북 청소년 9명 중 4명을 어제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TV’를 통해 공개했다. 남조선 괴뢰들에게 유인 납치됐다가 공화국의 품으로 돌아온 청소년 9명이 모두 공부 잘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과 미국의 인권운동가들이 제기한 ‘탈북 청소년 2명 처형설’에 대한 북한의 영상 대답인 셈이지만 9명을 모두 공개하기 전에는 북한의 일방적 선전을 믿을 수 없다.

9명의 청소년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북-중 국경을 탈출해 라오스까지 갔다가 지난해 서울로 오기 일보 직전 라오스 현지 경찰에 체포돼 강제 북송(北送)됐다. 이들이 라오스의 한국대사관에 구명을 요청했는데도 한국 측이 안이하게 대응하는 사이에 북한 공작원들에게 넘어가 더욱 가슴 아프다. 탈레반의 습격을 받고도 여성의 공부할 권리를 주장해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같은 또래로, 말랄라가 중동의 얼굴이라면 이들은 북한 인권 유린의 상징으로서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이 1일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 가운데 2명이 처형당했다”고 주장할 때까지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수잰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회장도 처형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9명 중 4명의 모습만 보여주고 촬영 시점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보여주지 않은 5명 중에는 박 이사장이 처형당했다고 지목한 문철, 백영원 씨가 들어 있다. 북이 이들을 처형하지 않았다면 9명 다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오늘 미국 의사당에서 숄티 회장과 함께 9명 청소년의 생사 확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국제사회의 관심에 그나마 김정은 정권이 영상으로 응답한 것을 보면 인권 문제야말로 북의 아킬레스건임을 알 수 있다. 북이 인권 유린을 중단할 때까지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한국 사회도 끊임없이 압박을 해야만 한다.
#라오스#탈북#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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