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포함한 강원도를 대표하는 모든 정치인과 체육 관련 인사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경기 장소 변경은 불가능하며 분산 개최가 진행되면 올림픽 반납도 불사하겠다는 것이었다. 전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국 한국과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개최국 일본이 비용을 줄이고 경기장 사후 활용 문제 등을 피하기 위해 일부 종목을 분산 개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바흐 위원장이 제안한 올림픽 분산 개최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반대하는 한 분산 개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바흐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제안이 뜬금없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IOC 집행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외신들은 “IOC가 5일부터 열리는 집행위원회에서 경기장 건설비용을 둘러싸고 정부와 강원도 사이의 마찰 우려가 커지고 있는 평창 올림픽 준비 과정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4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의 개최 자체에 불안을 느낀 IOC는 그 해결책으로 기존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산 개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림픽 성공 개최가 조직의 최고 가치인 IOC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초한 일이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평창 조직위는 올림픽 개·폐회식장 건설비용 662억 원을 정부가 50%, 강원도와 조직위가 50%씩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강원도의회 시군 의장단은 IOC에 제출한 유치신청서에 개·폐회식장 등 대회 운영 관련 시설은 조직위원회가 맡기로 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개·폐회식장을 조직위가 건설하지 않으면 올림픽 반납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강원도의회는 내년도 예산 심의에서 평창 올림픽 관련 4개 경기장 건설을 위한 강원도의 부담액 352억6633만 원을 모두 삭감했다.
반발 이유는 명확하다. 올림픽이 가져올 ‘빚더미 공포’ 때문이다. 7731억 원의 국고 지원을 받더라도 경기장 8곳의 건설비 2814억 원에 진입도로 등 부대시설 예산까지 포함하면 대회 준비를 위해 400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강원도는 추산하고 있다. 강원도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당장 내년과 후년 각각 10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3년 전 평창 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산업연구원은 “평창 올림픽 유치로 총생산 유발 효과가 20조 원을 넘을 것이고 23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64조9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달 녹색연합은 “평창 올림픽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 심의 과정을 분석한 결과 재정 규모가 유치 당시 8조8000억 원에서 13조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대회 반납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대규모 국제 스포츠대회는 이제 더 이상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오히려 파산에 이르게 하는 막대한 카드 빚이 돼버렸다.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평창 조직위는 아직까지 의류와 통신을 제외하고는 대형 스폰서를 유치하지 못해 재원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투자 대비 효과가 작다는 분석에 따라 겨울올림픽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 앞으로도 스폰서 유치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2022년 겨울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가 중도 포기 선언을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규모 스포츠대회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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