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 옮긴 정부 부처의 공무원들은 수시로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것이 ‘일’이다. 국회 회의장에서 대기하거나 의원회관을 방문하기 위해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출장으로 오가는 공무원도 많고, 주로 서울에 있는 장관이나 국장 과장을 만나려 여기저기 숨바꼭질을 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싫어할 것 같지만 서울 출장을 가면 이틀은 책상머리 근무를 안 해도 되고, 서울의 가족들과 시간도 보낼 수 있어 서로 나선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종시에 위치한 중앙행정기관 13곳의 공무원들이 서울과 과천 청사를 오가며 지출한 출장비용만도 75억6926만 원이었다. 국민 세금보다 더 큰 손실은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공직자들의 귀중한 시간이 길바닥에 뿌려진다는 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기재부 공무원들과의 업무혁신 토론회에서 “공직자의 시간은 국민의 자산이다.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문제점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왔을 것이다. 기재부는 국회 회의 때 실국장 이상 간부만 참석하고, 장관에 대한 직원들의 대면보고도 종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장관의 지시 한마디로 ‘세종시 시대’의 비효율적 업무구조가 바뀌기는 쉽지 않다. 국회와 정부부처를 130km나 떼어놓은 사실상의 수도 분할이 근본 원인이기는 하지만 공무원들은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과장 사무관까지 50∼60명이 몰려와 국회 복도에 장사진을 치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고위 간부들이 ‘쪽지 답안’을 얻으려고 담당자들을 대기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회도 장차관을 상대로 시시콜콜한 통계치를 캐묻거나 돌발 질문을 통해 군기를 잡는 식의 ‘갑(甲)질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 의원들이 세종시에 있는 장관을 호출해 8시간 대기에 ‘1분 답변’으로 끝내는 것은 국민의 자산을 함부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과 세종시 정부 부처 사이에 시행 중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국회가 활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의원들이 세종시에 내려가 회의를 하는 방안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