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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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개막한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여성인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37)를 포함한 4명의 필즈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1936년 첫 시상 이래 남성클럽(Men's club)이라 불려온 필즈상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깨진 것이다. 필즈상 시상은 수학자대회 주최국 대통령이 하는데 마침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메달을 주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란 출신인 미르자카니는 짧은 헤어스타일에 푸른색 눈동자가 매력적이다.

▷미르자카니는 이론물리학에서 끈 이론의 대가인 에드워드 위튼(1990년 필즈상 수상자)의 ‘모듈라이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의 고국인 이란, 과거 페르시아는 수학 강국이었다. 알고리즘 알지브라(대수학) 같은 수학 용어가 페르시아 수학자 콰리즈미에서 비롯됐다. 면면히 이어져온 페르시아 수학의 전통이 21세기에 한 여성 수학자에게서 꽃 피우게 된 것이다.

▷대체로 여학생은 남학생에 비해 수학과 과학이 약하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년도 국제학업성취도결과(PISA)에서도 한국 여학생의 수학점수는 남학생보다 18점이나 낮았다.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녀의 두뇌 차이나 유전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는 가족과 교사의 낮은 기대치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필즈상 불모지인 한국에서도 여성 수학자들의 활약이 늘고 있다. 1978년 필즈상 수상자인 그리고리 마르굴리스 예일대 교수가 지도한 학생 가운데는 지난해 예일대 수학과 최초의 여성 정교수가 된 오희 교수도 있다. 그는 미르자카니와 함께 2010년 인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초청강연을 했다. 미르자카니 못지않은 실력인데도 필즈상 나이제한(40세)에 걸린 것이 아쉽다. 수학올림피아드 2연속 금메달을 딴 최서현(31), 편미분방정식에서 주목받는 임미경 KAIST 교수(39)도 유망주다. 여성이 수학을 못한다는 통념을 깬 이들도 필즈상을 받아 ‘수포자(수학포기자)’ 여학생들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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