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NYT의 세월호 광고 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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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에는 종종 한국 관련 광고가 실린다. 대기업 광고가 대부분이지만 외국인 독자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한 의견광고도 적지 않다. NYT는 미국인 중에서도 지식인과 정책결정자 등 오피니언 리더가 읽는 세계적인 권위지여서 홍보 효과는 미국 국경을 넘어선다. 일본 정부가 2년 전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와 가수 김장훈이 기획한 독도 홍보 광고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NYT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서 교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 홍보를 시작했다. 한글과 아리랑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와 역사, 독도와 동해에 대한 진실이 그의 NYT 광고를 통해 외국 독자들에게 전해졌다. 위안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을 고발하는 광고도 많이 했다. 기업과 국민이 광고비를 보태고 배우 안성기 차인표, 야구선수 박찬호 추신수 등 유명 인사들도 동참해 그를 도왔다.

▷11일 일요일자 NYT 19면에 전면으로 실린 일부 미국 교민의 세월호 광고는 기존 한국 관련 광고와는 딴판이다. ‘진실을 밝혀라. 왜 한국인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노하는가’라는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외국에서도 국가적 참사를 막지 못한 한국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실망과 분노의 의견을 밝히는 것도 표현의 자유다. 그러나 이 광고에는 “한국 정부가 언론을 검열하고 조작한다” 등 사실이 아닌 내용이 있다. 고국이 세월호 때문에 집단 우울증에 걸려 있다시피 한 시기에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재유럽한인회총연합회는 “이번 사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위를 배격한다”는 성명까지 냈다.

▷지난달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달한 목련 나무는 경기 안산 단원고 교정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 대통령도 이럴진대 교민이라면 예를 갖추진 못해도 사실에 입각한 비판을 해야 한다.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외국 신문에 “한국인들은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있는 것에 분노한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것은 고국에 대한 모독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세월호 광고#뉴욕타임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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