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5년마다 실시되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한 운영 평가를 앞두고 심사기준을 내놓았다. 선행학습을 하는 등 입시 위주로 운영하는 자사고는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시킨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설립된 자사고에 대한 평가는 이번이 처음으로 2010년 문을 연 자사고 25개, 자율형공립고(자공고) 21개 등 46개 학교가 대상이다.
그러나 실업계를 제외한 모든 고교는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운영할 수밖에 없다. 고교에서 입시 위주로 수업을 하지 않으면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입시 위주 교육은 안 된다는 잣대를 들이대면 어느 자사고도 지정 취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교 대부분은 1, 2학년 때 전체 교과과정을 끝낸 뒤 3학년 때는 입시 문제풀이 위주로 수업을 한다. 전형적인 선행학습이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선행학습을 취소 사유로 내건 것은 여차하면 자사고를 없앨 구실을 만들어 놓은 것과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 주도로 올해 2월 국회를 통과한 ‘선행학습 금지법’이 고교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에 따르면 입시를 앞둔 고3 교실이라고 해도 마지막 학기까지 선행학습은 할 수 없게 돼 있다. 학생들에게 학원에 가서 문제풀이를 배우라며 사교육으로 내모는 꼴이다.
자사고는 입학사정관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지난해에는 중학교 내신 상위 50%였던 자사고 지원 자격을 2015학년도부터 폐지했다. 자사고의 학생선발권을 부정하는 조치다. 입학사정관제와 NEAT도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육 정책을 곧바로 뒤집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일반고 수업에서는 학생 절반 이상이 잠을 잔다고 한다. 그렇다고 자사고를 없애는 방식으로는 일반고가 살아나지 않는다. 자사고의 우수 학생이 일반고로 돌아간다고 해도 공교육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교육비 증가와 하향 평준화 같은 폐해는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과감한 지원을 통해 일반고를 혁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사고는 자사고대로, 일반고는 일반고대로 잘되게 하는 게 교육당국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