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행정관이 채 군 가족부 왜 들여다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婚外子) 의혹을 받은 채모 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에게 부탁한 혐의로 청와대 조모 행정관을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조 행정관이 누구의 부탁을 받고 채 군 가족부를 조회하려고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채 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과정에 청와대 행정관이 직접 관련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중대한 사안이다.

조 행정관은 6월 11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조 국장에게 채 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본적지를 알려주면서 내용이 정확한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검찰이 국가정보원 댓글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 사흘 전이다. 당시 검찰 수장(首長)이던 채 전 총장은 9월 채 군이 혼외자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퇴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은 채 군의 가족부 내용이나 출입국 기록 같은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제기됐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은 외부기관이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위해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조 행정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 세 명 중 한 명인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밑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조 행정관은 청계천 복원사업팀장으로 근무하다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로 옮겼고 2010∼2011년 대통령실 시설관리팀장을 맡았다. 지난해 4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현 박근혜 정부에서 총무시설팀 총괄행정관을 맡고 있다. 청와대의 시설과 예산을 관리하는 조 행정관이 채 군의 신상정보를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 검찰은 조 행정관이 누구의 부탁을 받고 조회를 요청했는지 규명해야 할 것이다.

조 행정관의 배후를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조 행정관은 원 전 원장과 서울시에서 같이 근무한 적도 있고 조 국장 역시 원 전 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두 사람이 함께 원 전 원장 측의 채 전 총장 ‘뒷조사’를 도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현 청와대 행정관이 국민의 사생활을 캐는 데 개입했다는 것은 국가 권력의 남용에 해당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 전 총장의 도덕성 여부와는 별개로 국가기관에 의한 국민의 사생활 침해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채동욱#혼외자 의혹#가족관계등록부#개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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