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도 홍보물에 日방송 도용한 외교부의 망신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외교부가 독도를 홍보하는 영상을 만들면서 일본 공영방송 NHK의 화면을 도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외국 저작물을 도용한 것만으로도 국가 위신에 먹칠을 했다. 더구나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홍보물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자료를 사용했다니 큰 망신이다.

외교부는 문제의 영상을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해 이달 11일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잘못을 걸러내지 못했다. 지난주 NHK 서울지국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부끄러운 영상이 계속 외교부 홈페이지를 장식할 뻔했다. 12분 길이의 영상에는 NHK가 제작한 드라마 ‘언덕 위의 구름’ 가운데 10초 분량의 러일전쟁 장면이 들어갔다. 외교부는 영상과 음향 제작을 외주업체에 맡기고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았다. 외교부가 독도를 지키는 중요한 일을 하면서 이런 실수를 한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영토 갈등도 갈등이지만 저작권 보호에 철저한 일본 국민은 외국 영상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갖다 쓰는 한국 외교부를 한심하다고 여길 것이다.

일본의 독도 침탈 기도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이달 16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외교부는 일주일 뒤 NHK가 이 사실을 보도하고 나서야 일본에 동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작심하고 벌이는 일본의 공세에 뒷북 대응만 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비롯한 복잡한 외교 현안에 맞서려면 외교부는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다부지게 접근해야 한다.

독도는 분명한 대한민국 영토다. 외교부는 지난해부터 독도 지키기 예산으로 매년 40여억 원을 쓰고 있다. 예산이 늘어났으면 걸맞은 성과를 내놔야 하는데 오히려 나라망신을 시켰다. 외교부는 관계자들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독도 수호 의지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독도#영상#외국 저작물#도용#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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