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민병석]NLL규명, 항로를 바로잡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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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국은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NLL 포기를 의미하는 언급들을 했느냐’ 하는 본질적 문제는 뒷전이다. ‘국가정보원이 왜 독단적으로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관련 문건 열람을 허용했는가’라는 절차적 하자 여부로 본질을 덮어버리는 양상이다.

이제 국가기록원에 있는 원문에 대해 국회의원 3분의 2 의결로 여야 의원들의 열람이 시작됐다. 이 마당에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열람을 허용한 조치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만약 열람하도록 한 남재준 국정원장이 잘못 결정했다면 원본 열람에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들도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이 된다. 결국 국정원장의 조치를 추인한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더욱 답답한 것은 정치권이 새로운 판의 NLL 정국을 짜고 있는 조짐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즉 노-김 대화록의 원본 열람 후에는 그 내용의 해석 문제로 NLL 정국이 이어질 모양새다. 그 다음에는 관련자들의 선별 문제로, 또 다음에는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범위 문제로 또 다른 NLL 정쟁의 장들을 계속 펼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이런 소모적 상황을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 열람을 계기로 정치권은 절차 문제보다는 본질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NLL의 장래에 관한 입장 정리와 대책 마련을 우선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또한 국정원도 오로지 국익만을 추구하는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철저한 자체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짜증만 났던 이번 NLL 정국은 오히려 우리에게 한 단계 더 발전한 정치풍토를 조성하는 전화위복의 기화가 될 수도 있다.

민병석 전 크로아티아 주재 유엔평화유지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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