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꽃제비 출신인 김진혁 군(8)은 영하 20도를 밑도는 살인적인 추위 속에서 노숙과 구걸을 하면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진혁이는 구걸하다 얻어맞아 머리 한가운데에 동전만 한 흉터 2개가 있다. 그의 처절한 탈북 과정은 올해 초 채널A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일본에도 소개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 가면 고기와 오이를 먹고 싶다던 진혁이는 1월 입국해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3개월여가 지난 진혁이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또래 아이들보다 작지만 키가 10cm 이상 자라서 105cm가 됐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버린 어머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을 훌훌 떨쳐버린 듯 밝고 명랑한 어린이로 커나가고 있다. 어제는 한국에 와서 처음 맞는 행복한 어린이날이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 11세 남아의 경우 남한 어린이는 키 144cm, 몸무게 39kg인 데 비해 북한 어린이는 125cm, 23kg이라고 한다. 키는 19cm 작고 몸무게는 16kg 적다. 세계식량계획(WFP) 조사로는 5세 미만 북한 영유아의 27.9%인 47만여 명이 발육 부진이다. 이대로 가면 같은 민족이지만 인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과장된 분석도 나온다.
남한에 내려와 몰라보게 달라진 진혁이의 모습은 통일 한국의 미래인 북한 어린이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진혁이는 그나마 북한의 국경 지대에 살아 탈북이라도 했지만 대부분의 북한 어린이들은 철저하게 닫혀진 체제 속에서 굶기를 밥 먹듯 하고 있다. 주민 세 명 중 한 명이 제대로 먹고 입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북한이 내세우는 ‘김일성 민족’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수억 달러씩 물 쓰듯 쓰고, 김정은의 식품 창고에는 수백만 원짜리 와인과 상어지느러미, 철갑상어 알 같은 산해진미가 쌓여 있다.
박근혜정부는 대통령선거 공약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하기 위해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북한 영유아에 대한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그런 지원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통일이 되면 북한의 아이들도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 될 것이다. 어떻게든 북한을 설득해 구호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