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북한 10대 히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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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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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상품은 시대의 흐름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 판매 돌풍의 원동력은 누구나 연루될 수 있는 자동차 사고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물증을 제공하는 힘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든든한 목격자’란 콘셉트도 주효했다. 주5일 근무제 전면 시행과 가족단위 여행 트렌드 정착은 캠핑 상품 전성시대를 열었다. 도심의 일상을 벗어나 육체의 피로를 털어내고 영적인 ‘힐링’을 추구하는 상품의 약진은 대세다. 신나는 일이 별로 없는 지구촌의 민초(民草)들이 싸이의 말춤 하나에 열광하고 들썩거린 것도 가벼운 웃음의 힘이다.

▷하지만 진짜 위대한 히트상품의 덕목은 세대와 계층을 초월하는 보편성 아닐까. 상품 출시 초기 폭발적 수요를 창출하다가도 1년도 안 돼 존재감을 상실하는 물건은 수없이 많다. 시대 영합적인 반짝 인기를 누린 것만으로는 히트상품 ‘명예의 전당’ 헌액(獻額) 자격을 얻을 수 없다. 1963년 처음 나온 뒤 지난해 말까지 173억 병 이상을 판 박카스나, 100년 넘는 기간 동안 83억 병을 판 동화약품의 부채표 활명수 정도는 돼야 한다. 국내시장은 물론 러시아, 중국을 석권하고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를 매료시킨 초코파이도 다툼의 여지가 적은 최고 히트상품이다.

▷진정한 의미의 시장의 존재가 미미한 북한에도 히트상품은 있다. 문제는 북한에서 어떤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지를 증명할 공신력 있는 지표가 없다는 점이다. 장마당 형태로 존재하는 시장 관련 정보와 북-중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상인 또는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연구전문위원은 2010년부터 북한 10대 히트상품이라는 틀로 북한의 변화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2010년엔 송이버섯과 꽃게 등이 꼽혔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천안함 폭침으로 대외수출 판로를 잃은 북한 당국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두 물건을 내놓아 일반 주민들이 혜택을 봤다니 아이러니다. 2011년 히트상품엔 휴대전화,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가 떴단다. 한국 드라마 보급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후문이다.

▷작년 북한에서는 이설주 열기가 뜨거웠나 보다. 과거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와 달리 파격적인 공개 행보를 즐기는 그가 입었던 물방울무늬 원피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여행허가증 남발로 개인숙박업이 성행하고 퇴폐업종이 늘면서 콘돔 사용도 늘었다 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수동 탈곡기의 재등장이다. 아무리 노동력을 총동원한 생산성 향상도 좋지만 시곗바늘을 3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해서야 되겠나. 세계는 디지털 혁명을 넘어 게놈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대에.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북한#히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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