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구종]‘아베의 불똥’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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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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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일본연구센터 소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일본연구센터 소장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사에서 “아시아에서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와 협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아시아, 대양주 국가들과 더욱 돈독히 신뢰를 쌓겠다”고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긴장감이 감도는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긴급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작년 거의 한 해 동안 대통령선거에 온 관심이 쏠려있는 동안 한반도 주변에서는 동아시아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일 동맹과 굴기하는 중국 간의 대립은 동북아 주도권 다툼의 신(新)냉전시대를 예고하고 있으며,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안보 위협이 새삼 부각되고 동아시아의 핵개발 도미노도 우려되고 있다.
日 국난때마다 민족주의 부채질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마찰로 양국 전투기가 발진하는 등 일촉즉발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센카쿠 마찰은 아직 진행 중이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취임 후 첫 방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의 ‘동조’를 요청했다. 미국은 센카쿠가 미일 안보동맹의 적용 대상이라는 원론에 머문 채 중-일 간 영유권 분쟁에 휘말리기를 꺼리고 있다.

센카쿠 사태는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극우파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에게 떠밀려 국유화함으로써 촉발된 자충수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센카쿠 문제를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일본의 대응을 떠보는 절호의 찬스로 활용하고 있다. 이 문제에 초강경 대응함으로써 일본과의 관계에서 기선을 잡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일본에 보냈으며, 미국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국난의 위기를 탈피하려 할 때마다 정치가들은 섣부른 민족주의를 부채질하는 데 앞장섰다.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좌절과 폐쇄감에 빠진 국민감정의 분출구로서 영토 분쟁과 역사 부정을 앞세운 불온한 내셔널리즘을 부추겼기 때문에 센카쿠 분쟁이나 독도에 대한 억지 주장들이 불거진 것이다.

그 같은 분위기를 타고 우경화 정책을 외치는 자민당의 아베 정권이 들어섰다. 헌법을 고쳐서라도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주장은 자칫 불똥이 한반도에도 튈 우려를 낳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반격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전쟁 행위의 허용을 뜻한다.

예를 들어 북한 장거리미사일이 미국 본토로 발사됐을 때 미국은 물론이고 동맹국인 일본도 북한 미사일을 요격해야 하는 군사행동의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다. 센카쿠 분쟁의 악화로 미일과 중국 간의 대립이 격화하고, 북한 핵으로 인한 위기에서 일본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질 때 한국은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처럼 바둑판처럼 복잡한, 그러나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 동아시아의 전략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가 박 대통령 정부에 주어진 외교 안보상의 첫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있게 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과 미일 동맹의 강화가 한중 관계 및 이 지역 안보에 끼치게 될 영향에 대해 심각히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아베 총리와도 만나서 일본의 우경화 군사노선이 아시아와 한반도는 물론이고 일본 자신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엄격히 경고해야 할 것이다.
박대통령, 中-日 화해 중재를

어려운 일이 많지만 헤쳐 나갈 기회도 있게 마련이다. 한중일 3국 정상은 올해 여섯 번째 회의를 한국에서 갖게 되며, 박 대통령은 중국의 차기 총리와 일본의 아베 총리를 초청해 최근 중-일 간 긴장상태 완화를 위한 화해를 중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일본 역사를 거스르는 우경화 정책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도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올해 3·1절 기념식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국가적 공식행사다. 기념사에서 박 대통령이 한일 관계, 나아가 동아시아 안정과 평화를 위해 어떠한 해법과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 함께 지켜볼 것이다.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일본연구센터 소장
#박근혜#아베#센카쿠 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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