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완준]說…說…說만 키우는 인수위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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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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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기자
윤완준 정치부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최대석 위원이 사퇴한 지 벌써 5일이 지났다. 인수위는 여전히 ‘일신상의 이유’라며 사퇴 이유에 입을 닫고 있다.

그러는 사이 최 전 위원의 사임 배경을 둘러싸고 온갖 설(說)이 터져 나왔다. 대북정책 노선을 둘러싼 갈등의 결과라는 얘기가 먼저 나오더니 최 전 위원이 인수위 정책의 논의 내용을 언론에 흘렸기 때문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최 전 위원의 재산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느니, 처가인 GS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이 있다느니, 아들의 이중 국적과 병역 면제 때문이라느니 하는 최 전 위원 개인 신상과 관련된 추정도 여과 없이 퍼져 나갔다. 최 전 위원이 대북 비공개 접촉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모든 설은 아직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확인된 게 없다. 인수위가 이 설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 전 위원은 휴대전화를 꺼놓은 뒤 집을 떠나 있는 상태다.

설에 의존하기보다 최 전 위원에게서 사퇴 이유를 직접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16일 최 전 위원이 머물 가능성이 있는 경남 고성의 최 전 위원 아버지 고 최재구 전 공화당 부총재의 생가를 찾았다. 최 전 위원은 생가에 없었다. 생가 인근에서 만난 최 전 위원의 한 친척은 “최 전 위원의 아들은 군대를 갔다”고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면 아들의 병역면제설은 애초 성립될 수 없는 추정이었던 셈이다. 이 친척은 “사람들이 너무한다”고 했다.

지금껏 제기된 설들 중 하나가 진실일 수도 있고, 모두 거짓일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껏 제기된 설들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대중에게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수위의 침묵으로 확인되지 않는 각종 설이 난무하는 동안 최 전 위원은 하지 않은 행위로 명예가 훼손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인수위는 침묵 이유에 대해 “누구도 인사 문제로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논리를 편다. 지금의 혼란한 상황을 배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 전 위원과 가까운 한 북한학자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지경인데 인수위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라며 답답해했다.

여전히 인수위는 모르쇠를 고집하고 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16일 “이미 인수위를 떠난 사람에 대해 인수위에서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최 전 위원이 남북교류에 무게를 두는 온건파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강경기조 선회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인수위가 입을 열어야 하는 이유다.

윤완준 정치부 기자 zeitung@donga.com
#윤완준#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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