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쟁론]2013 경기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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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국 경제는 선진국 재정위기 및 신흥국 경기 둔화, 내수 부진 등 잇단 대내외 악재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무역 1조 달러 2년 연속 달성과 세계 무역 8강 진입 등으로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2%대 저성장과 60%를 턱걸이한 20대 경제활동참가율, 1000조 원대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들은 산적해 있는 상황입니다. 고물가와 가계 빚 때문에 한국의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명도 곳곳에서 들립니다. 새해를 맞은 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올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 하는 점일 것입니다. 새해 첫 쟁론 주제로 ‘올해 경기전망’을 잡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좀 나아질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더 어렵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예측이 맞느냐 틀리느냐 하는 것보다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과 문제점을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
▼ 가계빚-기업투자심리에 희망 엿보여 ▼

■ 작년보다 낫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먼저, 2012년 국내 경제의 현황을 살펴보자.

실물부문을 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난 데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해 2012년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1%대를 지속하고 있다. 건설투자는 민간부문 건설 경기 침체와 공공부문 투자 위축 등으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설비 투자도 마이너스 증가율 폭이 확대되었다. 수출 증가율은 2012년 연간 전년 동기 대비 ―1.3%, 수입은 ―0.9%로 부진했다. 이러한 내외적 경기 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이 3분기 1.5%로 떨어졌고 연간 성장률이 2%대 중반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13년 올해에는 점진적으로 회복되어 3%대 초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문별로 살펴보자.

첫째, 내수 부문에서 민간 소비는 물가안정이 지속되고 내수 경기 진작책 등으로 지난해보다 개선된 연간 2%대 중반의 증가율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민간 소비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으로 유도하는 것이 경기 회복에 중요한 과제다. 다행히도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 현재 937조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어 2011년 2분기 9.1% 이후 증가 폭이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설비투자 증가율은 미약하나마 내수 및 외수 경기 회복에 따른 투자 수요 확대로 작년보다 높은 연간 4%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한국 경제는 2012년보다 회복된 3%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업의 투자심리도 점차 회복되어 설비투자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르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자본재 수입 비용 하락도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건설투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이 증가하고 지난해 바닥을 쳤기 때문에 2012년보다는 다소 개선된 연간 2%대 초반을 기록할 것이다.

건설투자와 관련된 부동산 시장 여건을 보면 인구 감소, 대형주택 수요 감소 등으로 시장의 전반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고, 지역별 혹은 평형별 차별화를 통한 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르는 건축 수요 증가 등으로 2013년 건축투자는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다.

넷째, 대외거래 부문을 보면 한국 수출 경기 회복은 중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그리고 선진국의 성장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 내외이고 아세안은 14%를 웃돈다.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 유럽은 13%에 근접한다. 중국은 신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소폭 개선되어 8%대 초반을 기록할 것이다. 2012년 3분기 성장률이 7.6%로 하락했으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 내수 경기는 개선되었다.

아세안은 2013년에 5%대 후반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미국 경제도 주택 경기의 점진적 회복과 소비 회복, 제조업 생산의 증대 등으로 성장률이 2%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3분기 성장률이 3.1%로 오르고 실업률은 최근 3개월 연속 7%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은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 및 고용 부진이 지속되나 성장률은 기저효과 등에 따라 0%대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미약한 경기 회복세와 중국 및 아세안 수출 경기의 완만한 개선, 올해 수출증가율 급감에 따르는 기저효과 등으로 2013년 수출 증가율은 6%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기 회복세 전환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단기 정책 과제를 보면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투자 확대 등이 지속되어야 한다. 경기 둔화로 일시적 재정난이 우려되는 기업에 자금 지원을 늘리고 기업경영 규제 등 각종 규제를 해소하고 투자 애로 요인을 발굴해 이를 적극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민 가계 심리 불안 해소, 수출 증대 노력 등을 지속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한 중장기 발전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 필자 소개 ::

미국 유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기술경제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2008년 1월부터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을 맡고 있다.
▼ 세계경제 아직 불확실… 한파 지속될 것 ▼

■ 작년보다 어렵다

최창희 노무라종합연구소 (NRI) 한국대표
최창희 노무라종합연구소 (NRI) 한국대표
글로벌 경제 속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극적으로 바뀌었다. 2050클럽 가입과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상징적인 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제적 성취에 안주하기에는 한국 상황이 그리 만만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핵심적인 두 가지는 글로벌 경제 3대 축인 미국, 유럽, 중국 경제의 동반 감속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와 성숙화 사회 진입에 따른 저성장 기조 지속 가능성이다.

한국 경제는 작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넓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성장해 왔다. 2년 연속 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입액을 나타내는 대외의존도는 102%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29%, 일본 25%와 비교하면 4배 정도의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비중 역시 2011년 기준으로 52.4%를 나타냈다. 유럽에서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독일의 46.1%와 비교해 보아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수출 대상국도 미국, 유럽, 중국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중국 의존도는 24.1%에 달한다. 중국의 경제 여건 변화에 영향을 받기 쉬운 구조임과 동시에, 중국 수출품목의 70% 정도가 중국의 수출용 완제품에 필요한 중간재임을 감안할 때, 결과적으로는 선진국 시장의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연동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수출품목이 몇몇 제품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선박, 자동차, 반도체를 포함한 10대 수출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 60.4%에 달한다. 대규모 완성품 수요시장인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간재 수요시장인 중국의 경제 전망이 향후 몇 년간 극적으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차세대 수출품목이 대두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을 통한 한국 경제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제 침체와 더불어 한국 내수시장의 저성장 기조도 본격화되는 추세이다. 내수를 견인하는 경제주체인 가계의 경우를 보면 주택 중심으로 묻혀 있는 자산 가격의 점진적인 하락 및 가계부채의 상환 압박으로 인해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민간소비 증가율이 36개월째 경제성장률을 밑돌면서 역대 최장기 침체를 기록하는 반면에 가계부채는 18개월째 경제성장률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주요 국가의 동시다발적 버블 붕괴 및 재정위기에서 촉발된 경기 위축이 정상적인 경기순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의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즉각적인 효과가 의문시된다. 이에 따라 내수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지역에 따라 이미 시작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현상 및 급속한 고령화는 성숙한 선진사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구조적 저성장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성장률은 2010년 서울, 부산, 전남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올해에는 대구, 전북, 경북으로 마이너스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세계 경제의 상존하는 불확실성과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는 개인의 삶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4.0%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도 연말에는 3.0%로 낮췄다.

올해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 전년 대비 취업자 수 증가 규모의 감소, 소비자 물가의 상승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민간부문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될 수 있으며 이는 청년층 및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용 불안정과 실질소득 감소가 예상된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서민경제는 당분간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몇 번의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고성장을 지속해 온 한국 경제가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제주체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각 경제주체의 합리적인 경제활동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현재보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욕망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주체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게 되면 사회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최창희 노무라종합연구소 (NRI) 한국대표

:: 필자 소개 ::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히토쓰바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KT Freetel(현 KT) 기획조정실을 거쳐 2002년부터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오피니언팀 repor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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