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학생의 수학과 과학 실력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임이 다시 확인됐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11일 발표한 ‘수학 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 연구(TIMSS)’의 2011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은 50개국 가운데 수학 2위, 과학 1위, 중학교 2학년은 42개국 중에서 수학 1위, 과학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도가 꼴찌에 가까운 현상은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수학 흥미도는 50개국 중 꼴찌, 과학 흥미도는 47위, 수학 자신감은 49위였다. 중학교 2학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 성적이 높으면서도 자신감과 흥미가 낮은 것에 대해 대부분의 성취도 상위국 및 동양권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성취도가 높은 동양권 국가인 싱가포르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명은 분명 한계가 있다.
오히려 학교의 평가방식이나 수업 풍토 등에서 이유를 찾아보는 게 필요하다.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주된 평가방식은 상대평가이다. 상대평가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다른 학생들과 끊임없이 상대적 비교를 당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들의 높은 학업 성취에 대해 교사들의 칭찬과 격려가 드문 우리의 수업 풍토 역시 학생들의 자신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평가에 맞추어 진도를 나가고 정답을 가르쳐 주는 데 급급한 일부 교사들의 수업이 학생들의 교과 학습에 대한 흥미를 낮추고 있다. 그러한 수업에서는 학생들은 지식을 이해하고 질문을 할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깨달음과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학과 과학 교과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자신감과 흥미를 높이려면, 교육 당국은 우선 학교의 일상적 평가방식을 상급학교 진학을 위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닌 한, 상대적 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장의 관점에 기반을 둔 절대평가는 학생들로 하여금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에 도달하도록 노력하게 만들고 그들의 성취 수준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둘째, 교사들은 학생들 한명 한명이 보이는 성취에 대하여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교실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 칭찬과 격려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만이 자신감을 가지고 학습하게 된다.
셋째, 교사들은 정답 교육에서 탈피하여 지식을 심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반복 학습과 정형화된 문제 풀이 위주의 정답 교육은 교과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저해한다. 교사들이 정답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고 존중하는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다.
끝으로, 교사들은 진도 나가기 수업이 아니라 맞춤형 수업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개별 학생의 특성과 이해도, 자기 주도적 배움을 중시하는 맞춤형 수업은 학생들로 하여금 학습 내용에 대하여 다르게 생각하거나 질문을 제기하게 만들고 교과학습에 대한 높은 흥미를 가지게 한다.
요컨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의 전환, 학생들의 성취에 대한 칭찬과 격려의 수업 풍토 조성, 지식의 심화와 확장을 촉진하는 수업, 개별 학생의 특성을 존중하는 맞춤형 수업은 교과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자신감과 흥미를 높인다. 그럴 경우에 우리 학생들은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더 커지는 학습 부담을 이겨 내고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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