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민을 노예 삼고 파라오 흉내 내는 김일성 일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북한은 어제 김정일의 사망 1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개관식 행사를 요란하게 치렀다. 행사의 주인공은 미라로 만들어진 김정일의 시신이다. 러시아 기술자들이 참여한 미라 작업과 궁전 공사에 무려 1억 달러(약 1070억 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에 사망한 김일성의 시신도 같은 장소에 미라로 보존돼 있다. 30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처럼 영생불멸(永生不滅)을 꿈꾸는 김일성 일가의 시대착오적 작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파라오들은 신으로 군림하며 수십만 명의 노예를 동원해 피라미드를 세우고 자신이 죽은 뒤 시신을 미라로 만들게 했다.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을 떠받드는 우상화도 이에 못지않다. 최근 양강도 산비탈에 길이가 548m나 되는 초대형 김정은 찬양 구호가 세워졌다. 김정은은 말로는 “주민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가문을 신격화하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스위스 유학을 다녀온 젊은 지도자라서 김정일과는 다를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으나 김정은은 지난 1년간 아무런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아버지의 유훈을 실천한다’는 구실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헌법에는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했다. 북한이 내년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이나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일성 일가의 독재 아래 2400만 북한 주민은 노예와 다름없는 신세가 됐다. 북한 고위층들도 파리 목숨이다. 김정은은 지난 1년 동안 권력층 핵심 요직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물갈이했다. 기분 내키는 대로 간부들의 자리를 떼었다 붙였다 하며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충성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독재자의 수법이다.

옛 소련이 붕괴한 뒤 독재자 레닌과 스탈린의 동상은 예외 없이 수난을 당했다. 이라크 국민은 미군 진주 직후 독재자 사담 후세인 동상의 머리 부위를 쇠줄로 묶어 끌고 다니며 분풀이를 했다. 주민을 억압하는 독재자는 반드시 비참한 종말을 맞는 것이 인류 역사의 교훈이다.
#북한#김정일#김정은 김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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