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정화]싸이의 ‘반미 랩’을 품은 미국

  • 동아일보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에서는 매년 한국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을 알리는 데 공로가 큰 개인과 단체 등을 놓고 투표를 한다. 가끔 1, 2위가 접전을 벌이기도 하는데 올해는 압도적으로 싸이가 1위를 차지했다. 신선한 음악과 안무, 기마 민족 특유의 기상이 반영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라는 징검다리를 타고 전 세계를 달구었기 때문이리라.

싸이는 이 같은 인기를 업고 현지 시간으로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족도 참석하는 크리스마스 자선 콘서트에서 강남스타일 공연을 펼쳤다. 공연을 앞두고 미 언론에서 싸이가 8년 전 반미(反美) 집회에 참가해 이와 관련한 노래를 불렀다고 보도해 논란이 된 터였다. 그러나 백악관 측에서는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싸이가 서면 안 된다는 청원이 500여 건 올라왔지만 백악관은 특정인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며 청원 요청을 삭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예정대로 공연에 참석한 후 행사가 끝난 뒤 싸이와 따로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된 데에는 싸이의 진심을 담은 사과가 주효했다. 싸이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생의 매우 중요한 시기를 미국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미군의 희생을 잘 알고 있다”며 “본인이 쓴 단어들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8년 전 부른 노래는 전 세계에 반전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터진 이라크전쟁과 한국 소녀 두 명의 죽음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자는 2주 전 싸이를 만나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은 바 있다. 그때 싸이는 ‘진심’이라고 답했다. 진심은 때로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결국 타인의 마음을 열게 한다. 큰 소동이 벌어진 후의 사과였지만 진심을 말했던 싸이다운 대처였다.

오늘날의 성공이 과거의 실수를 다 덮을 수는 없지만 자신의 잘못을 시원하게 인정하고 패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칭찬할 만하다. 싸이의 반미 랩 논란은 미국 내 싸이의 인기만큼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백악관 측은 반대 여론으로부터 싸이를 보호했다. 싸이의 진실된 사과와 함께 특정인을 적대시하면 안 된다는 미국식 이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한국에서는 논란이 더 분분한 것 같다. 일부에선 싸이의 과거 행동에 대해 문제를 삼고, 다른 쪽에선 소신 없는 사과였다며 손가락질한다. 국내 누리꾼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싸이 측은 “반미가 아닌 반전 시위였고 애도에 대한 표현이었는데 이를 반미로만 현지에서 확대 해석되는 것에 대한 해명”이라고 또 한 번 해명했다.

싸이의 과거 행동을 두고 여러 평가가 있을 수야 있겠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몸부림을 쳐 온 그의 노력은 결국 지금의 월드스타 싸이를 만들었다. 또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가치만을 고집하기보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면 수정하는 것도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싸이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로 한국의 역동성이 세계를 달구는 것에 열광했던 것처럼 청년에서 어른으로, 가수에서 예술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싸이에게 뜨거운 지지와 격려를 보내면 어떨까.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싸이#반미#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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