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니면 말고 식’ 흑색선전, 선관위가 대응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이른바 ‘병풍(兵風)사건’의 주역인 김대업 씨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장남 정연 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김 씨는 최근 한 인터넷 매체 인터뷰에서 “병무비리 수사를 하다 보니 그 연결선에서 한 후보에게 초점이 돼 버린 것”이라며 “당시 노무현 후보 측근 쪽에서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그들은) 나의 신변보호와 명예회복을 약속하고도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친노(친노무현)에게 이용만 당했다”고 했다.

역대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아니면 말고’ 식(式)의 무책임한 흑색선전이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그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께서 TV토론(10일)에서 커닝을 했다는 얘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떠돌고 있다. 유포된 사진을 보면 박 후보께서 무릎 위에 ‘아이패드 윈도 백’을 올려놓은 것이 찍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났다. 팟캐스트 ‘나꼼수’는 박 후보가 1억5000만 원짜리 굿판을 벌였다는 한 스님의 근거 없는 주장을 사실인 양 내보냈다. 나꼼수가 인용한 스님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 선대위의 ‘SNS시민홍보단’ 소속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는 문 후보 측이 굿판을 벌였다는 주장도 퍼지고 있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여직원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수개월간 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국정원은 “해당 직원은 특정 후보 비방 댓글을 인터넷에 남긴 적이 전혀 없다”라면서 “오히려 민주당이 미행 등 불법사찰, 감금, 허위사실 유포로 여직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반박한다. 민주당은 주장만 할 뿐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지 않아 현재로선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흑색선전은 수사를 통해 나중에 거짓으로 밝혀지더라도 선거에 끼친 악영향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2002년 대선 때 병력비리 의혹과 함께 제기됐던 이 후보 측의 10억 원 수수설과 20만 달러 의혹,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작년 10월 서울시장 선거 때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연회비 1억 원 피부 관리’ 의혹이 대표적인 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의혹 제기 수준의 주장이 나오면 시시비비를 가려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대선#선거관리의원회#박근혜#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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