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겉핥기… 동문서답… 한계 드러낸 3자토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주최한 첫 대선후보 TV 토론회는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자질과 공약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토론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균형을 무너뜨리며 토론을 방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후보는 새로운 주제가 나올 때마다 첫머리는 박 후보를 비아냥거리거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는 식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심지어 토론의 기본을 무시하고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는 말까지 했다. 특히 문 후보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제를, 박 후보에 대해서는 적대적 공격을 퍼부어 토론의 균형추를 기울어지게 했다.

이 후보는 후보자 간 자유 토론에서 자신을 향한 질문에 직접 답변하지 않고 미리 준비한 주장을 늘어놓으며 동문서답을 했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박 후보의 질문에 이 후보는 “사고가 유신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견해를 묻는 문 후보의 질문에도 그는 “위기상황과 (남북)대치상황에서도 10·4 선언이 살아날 수 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박 후보는 남북관계에 대해 “북한과 대화하겠다. 대화 전제조건은 없다. 필요하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새누리당처럼 전제조건을 달면 안 된다. 이명박 정부는 전제조건을 다는 동안 북핵문제를 악화시켰다”고 했다. 북한정권은 남북이 어떤 합의를 하고 어떤 전제조건을 두어도 늘 이를 무시하고 살라미 전술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따먹었다. 박, 문 양강(兩强)후보가 김정은 정권의 본질과 실체를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데 따른 안이한 대북인식이 아닐 수 없다.

문 후보는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NLL을 기준으로 해서 남북으로 같은 면적으로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돼 오히려 NLL에 대해 북이 다른 주장하지 못하도록 확고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등거리가 아닌 등면적이 북한에 이로운 내용임을 아는지 의심스럽다. ‘같은 면적’이라고는 하나 북한이 원하는 연평도 이남의 황금어장과 북측이 열어주겠다는 바다는 경제적 가치는 물론 안보적 가치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대선후보 TV토론 방식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토론 참석에 필요한 의석수(5석 이상)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지지율 1%도 안 되는 이 후보가 지지율 40%를 넘는 박, 문 후보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었다.
#3자토론#한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