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현상’ 감당 못한 설익은 안철수 정치의 좌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4일 03시 00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달라.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전격 사퇴로 앞으로 25일 남은 18대 대통령선거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맞붙는 양자(兩者) 대결로 압축됐다.

안 후보는 사퇴 선언과 함께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문, 안 후보 사이의 단일화 담판에 이어 특사 협상까지 결렬되자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단일화를 포기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문 후보로의 단일화는 이뤄졌으나 ‘새 정치’를 바라는 안 후보 지지자들이 문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안 후보의 설익은 새 정치가 기존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한 꼴이다.

안 후보가 대통령 후보감으로 급부상한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토대로 한 ‘안철수 현상’에서 비롯됐다. 그가 새 정치를 강조하고, 올해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단일화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이유다. 그러나 그는 정치권의 혁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한 달쯤 지나 단일화 논의의 운을 뗐고, 5일엔 문 후보에게 단일화 회동을 제의했다.

문, 안 후보는 21일 단일화 TV 토론에서 국회의원 정수 조정과 외교안보 등 여러 이슈를 놓고 확연히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안 후보가 서로 노선이 맞지 않는 문 후보와의 단일화에 매달리며 대선 승리에 집착한 것은 새 정치에 역행(逆行)하는 일이었다. 안 후보가 정치적 구태인 대선후보 단일화에 발을 담그는 순간 그의 ‘새 정치 1막’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문, 안 후보 캠프가 단일화 룰 협상에서 보여준 행태도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이 살고 상대방은 죽여야 하는 정치공학만 번득였다. 정책과 비전을 놓고 겨뤄야 할 대선 과정을 온통 ‘단일화 판’으로 변질시키고 많은 국민에게 짜증과 피로감을 안겼다. 안 후보는 후보 양보설이 나올 때마다 “절대 양보는 없다”라고 거듭 말했지만 결국 ‘빈말’이 되고 말았다.

안 후보는 1년 전부터 대선 출마 의사를 은근히 내비치면서도 “국민에게 뜻을 물어보겠다”며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 없이 대선을 불과 석 달 남겨두고 출마 선언을 하는 것으로는 대통령의 꿈이 불가능했음을 진작 깨달았어야 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의 표를 모으기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셈이다. 이제 단일화의 안개가 걷혔다.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는 자질과 비전, 정책 경쟁을 펼쳐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안철수#대선#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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