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과 언론의 의견 버무린 ‘새정치공동선언’

  • 동아일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어제 저녁에 단둘이 만나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안 후보 측의 협상 중단 선언 이후 나흘 만이다. 두 후보는 단일화 룰 협상을 재개한다는 데 합의하고 정치 개혁 내용을 담은 새정치공동선언을 내놓았다. 이 선언은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의원정수 조정, 대통령의 권한 남용 방지 등을 비롯해 지금까지 여야 정치권과 언론에서 논의된 정치개혁안을 망라하고 있다. 문제는 총론이 아니라 복잡다기한 정치 현실 속에서 구체적 실행계획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두 후보가 두 세력을 합치기 위한 국민연대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너무 막연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것이 대선 후 정계개편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두 후보가 제시한 단일화 시한(26일)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협상 시한 이전에 단일화 룰을 확정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두 후보는 휴일에 급박하게 만나 협상 재개의 원칙이라도 선언해야 양측 지지자의 원성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단일화극(劇)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찔끔찔끔 이어가려는 살라미(salami) 전술이다. 그러나 지루한 이어가기는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피로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회동 시작 전 문 후보는 “실무협상도 빨리 하겠다”고 했지만 안 후보는 “대선 승리가 중요하고 새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단일화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두 후보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샅바싸움을 벌이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고 볼 수도 있다. 문 후보가 단일화 방식은 안 후보가 정하라고 했지만 이번 주 두 후보의 TV 토론 이후 여론의 향배가 단일화 신경전의 또 한 차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제 친노(親盧) 좌장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퇴진함으로써 문, 안 후보 회동의 명분을 마련했다. 안 후보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4·11총선 패배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친노 주도로 치른 총선의 패배를 이 대표 사퇴 압박의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100만 명이 참여한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한 당 대표를 단일화 협상의 중개 카드로 사용했다. 스스로 정당민주주의를 부정했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새정치공동선언#문재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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