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명진]시민교육 강화할 ‘서울교육감’ 누군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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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문용린 서울교육감 후보는 “무분별한 성적 지상, 무한경쟁은 버리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서울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겠다”며 ‘학교폭력 없는 안심학교’ ‘행복한 서울교육’ 비전을 제시했다. 이수호 후보는 “경쟁사회로 내몰리는 교육을 바로잡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고 맘 편히 밥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실천”할 것이며 전임 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교육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덜 경쟁적이고 행복하게 교육받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방향에서는 유사하다.

경쟁의 완전 지양은 지구 전체의 룰이 달라지지 않는 한 서울시 교육만으로 성취하기 어렵겠지만 교육적 성취의 기준을 다양화해나가면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행복한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처방은 다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기본적인 자유민주주의 시민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유와 책임,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갖춘 교육, 서로 배려하는 상생의 자세를 키우는 교육이다. 학교폭력 추방을 위해서는 남에 대한 배려,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을 일찍부터 배양할 수 있어야 하며 학생인권도 학생 스스로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자각이 전제될 때 좋은 결과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두 후보 공통의 ‘경쟁 완화’ 공약

지난 20∼30여 년간 민주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회 구석구석에서 자유와 권리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터져 나왔다. 노동자, 여성, 장애인, 도시빈민, 철거민, 일반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일깨우고 보호하기 위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권리의식은 자유주의 이념과 제도를 먼저 안착시킨 서구 국가를 능가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물론 한국의 제도가 그 모든 권리를 뒷받침할 만큼 만족할 수준은 아니고 갈 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회적 통합을 지향하며 갈등이 불가피한 그 많은 요구를 충족시켜 나가려면 고도로 성숙된 권리의식이 필요하다. 도덕 기준이 다원화해가는 오늘날에는 한쪽의 자유, 권리주장이 다른 쪽의 그것과 충돌할 여지도 많아서 더욱 그렇다. 그것은 단순히 강자와 약자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서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요구한다.

자유와 권리 주장을 당당히 할 수 있게 되고 제도가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게 되면서 우리 사회는 질적 도약을 이루게 되었다. 권위주의 시절 교실에선 순종이 미덕이었고 책임과 의무에 눌려 권리의 개념조차 희박했다. 1990년대에 학교교육을 받은 신세대를 보면 분명 자유와 권리 의식이 얼마나 사람을 당당하게 만들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식을 키워주는지 실감하게 된다. 자유의지만큼 사람을 강하고 창의적으로 만드는 힘도 없을 것이다.

그늘도 만만치 않다. 권위주의 시대 교육에 대한 과잉된 반작용이 민주화과정을 겪으며 그 관심을 자유와 권리의 방향으로만 치닫게 만들면서 개개인의 책임의식은 뒷전으로 물러났고 교육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입시가 지상과제가 되어 인성교육이 유명무실해지며 자유민주주의 시민교육은 더욱 실종되었다.

대선을 앞두고 초점이 집중돼 있는 공약은 후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무상의료, 무상급식,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대폭 인하 등 국가가 다 알아서 해결해 주겠다는 무상혜택의 권리보장이다. 이러한 공약들은 우리 사회 구성원 개개인들의 직접적 이해를 겨냥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전의 대선에서는 그래도 큰 스케일의 공약이 쟁점이었다. 공약의 좋고 나쁨과는 별개로 행정수도 이전, 대운하 건설,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 철폐, 신성장 동력, 한반도 5대 철도망 구축 등 사회 인프라나 국가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큰 공약을 놓고 갑론을박했다. 실현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큰 틀의 비전을 가진 공약들이었다.

권리와 함께 책무도 가르쳐야

최근의 공약들은 공동체의 발전과 안녕을 위한 큰 정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즉각적 이익을 위해 누구를 찍을까 저울질하도록 유도한다. 표를 얻기 위해 고무신이나 돈봉투를 돌렸던 과거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얼핏 보기에는 권리와 자유를 확대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당해야 할 부담이나 의무에 대해서는 명쾌한 언급이 없다.

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고 상생하기 위해서는 국가 개입도 필요하고 복지 확대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독립심과 자기책임이 전제된 시민의식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정치인들이 이 기본 룰을 그르치고 있다. 하지만 학교교육에는 기대하고 싶다. 아이들이 선생님이 매를 들면 고발할 만큼 강한 권리의식을 지니고 있어도 학생으로서,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책무에 대해서는 무지한 시민이 되지 않도록 학교교육에 희망을 걸어본다.

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mjinpark@snu.ac.kr
#시민교육#서울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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