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호]한국정부가 북한인권문제 주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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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인권대사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인권대사
최근 인권대사로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67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북한 인권 관련 민관 지도자들을 두루 만날 수 있었는데 현재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위원회에서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에도 정치범 수용소와 연좌제, 출신 성분에 따른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등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 영국 대표는 북한이 선군정치가 아닌 민생 우선의 정책을 펼 것을 촉구해 공감을 얻었다.

논란도 있었다. 중국 대표는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이 정치나 사상적 차이로 탄압을 받는 난민이 아니라 경제 문제로 국경을 넘은 불법 입국자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즉, 탈북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로 불법 입국한 멕시코인들과 같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둘은 전혀 다르다. 예컨대 탈북자들은 경제적 목적으로 국경을 넘었다고 해도 강제 송환될 경우 5년 넘게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다. 반면 국경을 넘다 적발돼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진 멕시코인들은 고문당하거나 수용소로 가지 않는다. 탈북자가 난민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다. 미국에서 만난 북한 인권 관련 민간 단체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운동을 국제 사회와 연대하여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다루스만 보고관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등 인권 탄압 현장을 유엔 차원에서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장치(mechanism)를 만들 것을 회원국들에게 제안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의 인권 유린을 막을 수 있도록 강제력을 가진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북한 인권 관련 비정구기구(NGO)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북한 인권 관련 NGO 연합인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자행되는 인권 탄압이 ‘반인도적 범죄 행위’라면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 설립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바 있다.

다루스만의 보고서는 12월 유엔총회에서 결의로 채택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로써 북한 인권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2005년부터 계속적으로 유엔이 대북 인권 결의를 채택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 개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데 대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이런 국제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 외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엔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등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한 덕분에 2010년 결의안 찬성 국가는 100개국을 넘었고 작년에는 123개국에 달하게 됐다. 또한 금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고 의견일치를 통해 채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인권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국제 사회는 이제 대한민국을 주변 강대국들의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국력이 부상(浮上)하는 신흥 강국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한국의 역할은 더 커진 셈이다. 비단 북한 인권뿐 아니라 보편적 인권에 대한 국가적 관심은 국격(國格)과도 관련이 깊다. 북한 인권법안 통과를 비롯해 우리 정치권이 북한 인권에 대한 공감대를 하루빨리 형성해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인권대사
#인권대사#유엔총회#탈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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