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민동용]드론의 민간인 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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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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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TV계 최고 권위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여 주연상을 휩쓴 작품은 ‘홈랜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8년 동안 파키스탄 알카에다의 포로로 잡혀 있다 천신만고 끝에 귀환한 미 해병대 저격병이다. 고향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그는 사실 미국 부통령과 고위 관료 암살이라는 임무를 받은 알카에다의 첩자다. 그와 우정을 나누던 소년이 미국의 무인폭격기(드론) 공격으로 무고하게 숨지자 분개한 그가 알카에다에 회유돼 조국을 배신했다고 드라마는 암시한다.

▷미국 정부는 2004년 이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지에서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표적사살’ 하는 데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드론은 이들 지역에서 약 1만 ㎞ 떨어진 미국 공군기지에서 원격 조종한다. 조종자는 드론에 달린 비디오카메라가 전송하는 화면을 모니터로 보면서 목표물을 조준, 폭격한다. 컴퓨터게임과 다를 바 없다. 오사마 빈라덴 제거 계획을 세울 때도 기존 드론보다 훨씬 작은 ‘스나이퍼 드론’을 활용하는 방법이 작전 실행 막바지까지 고려됐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서 이전 조지 W 부시 정부보다 드론 작전의 횟수와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늘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하는 드론 작전으로 그동안 탈레반 및 알카에다 고위 간부와 사병 등 3000여 명이 숨졌다. 그러나 사망자 중에는 민간인이 3분의 1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드론 폭격을 당한 지역의 주민 사이에서는 반미(反美) 감정이 치솟고 있다. 알카에다가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 이후에도 세력이 약화하지 않는 이유가 드론 폭격의 무차별 살상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 전투기가 공해상에서 정찰 비행을 하던 드론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론이 미국 대외정책의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미국에서도 드론 공격이 합법적인지, 얼마만큼 효과적인지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의회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만큼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드론 작전의 불투명성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미국의 관점에서 드론의 최대 덕목은 미군이 불필요하게 희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테러범 주변에 있는 애꿎은 민간인이 죽어난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민동용 주말섹션 O2팀 기자 mindy@donga.com
#드론#민간인 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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