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녹색성장 주도국가로 발돋움 의미 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3시 00분


중량급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한 것은 녹색성장 주도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쾌거다. GCF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다.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 격이다. 190여 개 회원국에서 온 수백 명이 근무할 GCF의 유치는 유엔 안보리 재진출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큰 외교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한국이 GCF 사무국 유치 의사를 공표할 때만 해도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였다. 청와대 지휘로 여러 부처가 손발을 맞춰 전방위 외교전을 펼친 것이 효과를 봤다. “유럽 일색의 국제기구 문화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호소도 한몫 거들었다. 이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과 형성한 신뢰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이다.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속에 유력한 후보였던 독일을 따돌린 배경에는 막판에 4, 5개국이 이 대통령과의 친분에 따라 한국을 지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모범적인 녹색성장 정책을 펼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온 점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의미도 있다.

경제특구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송도가 GCF 유치로 지역개발이 활성화하고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국제기구 유치경쟁은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이다. 국제기구 유치가 그 자체로 국가 위상을 나타내는 지표일 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과 소비를 유발하는 성장 동력이다. GCF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용이해져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발도상국에 녹색성장 모델을 전파하기 위해 2010년 한국 주도로 설립돼 서울에 사무국을 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내일(23일) 국제기구로 전환하면 한국은 명실상부한 녹색성장의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GGGI를 국제기구로 설립하는 협정에 18개국이 서명했다. 우리 국회에서는 GCF는 한목소리로 찬성하면서도 GGGI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야당은 개도국 형편에 무슨 녹색성장이냐고 비판하지만 GGGI가 ‘이명박 정부의 작품’이라서 반대하는 내심도 있는 듯하다. 국회는 GGGI를 국제기구로 전환시킬 국내법을 마련해 한국이 녹색성장의 주도국가가 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이런 일이야말로 국가 장래를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다.
#녹색성장#녹색기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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