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희상]‘제2의 국민 식량’ 밀을 확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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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상 한국제분협회장
이희상 한국제분협회장
쌀, 보리가 귀하던 시절 ‘밀가루’는 끼니를 해결해주는 소중한 주식이었다. 그 후 쌀이 자급되면서 밀가루는 주식보다는 기호식품으로 변화했고 지금은 쌀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제2의 주식’이 됐다.

지금은 값싸고 흔하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쉽게 느끼지 못하지만, 밀가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의 필수식품이자 대표적인 식량이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국제곡물시장은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면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장기적으로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국제곡물시장의 불안정이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밀가루가 제2의 국민 식량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식재료가 되었기 때문에 수급 및 가격 안정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국산 밀 재배 여건이 좋지 않아 우리나라 식용 밀 소비량 중 국산 밀 소비량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득이 나머지 98%에 해당하는 밀 소비량은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런 실정이니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닥치면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어려운 상황에 놓일 우려가 크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국제 밀 수급 및 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 세계 밀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자국의 식량 안보를 위해 일부 밀 수출국은 곡물 수출 중단을 선언하고 밀 수입국들은 자국의 밀 확보를 위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

올 들어 밀 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올 6월부터 주요 밀 생산국의 극심한 가뭄으로 또다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기후 변화 및 곡물의 금융상품화로 국제 곡물 가격의 변동 폭이 커지고 언제 또 갑자기 급등할지 모르기 때문에 양질의 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밀가루를 공급하는 문제는 우리 식생활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2010년 7월 이후 국제 곡물 가격 폭등으로 밀가루 가격이 많이 올랐으나 제분업계는 정부의 서민물가 안정 시책에 적극 협조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그 결과로 지난해 제분회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통상적으로 매출액의 7∼10% 영업이익이 발생해야 지속적인 기업경영과 재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데 아쉽게도 제분업계는 지난해에 모든 회사가 영업 손실을 보았다.

국내 제분업계가 치솟고 있는 국제 밀 시세에 따른 원가 부담과 기업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통을 부담하고 있는 까닭은 식량자급률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해 이윤 추구 못지않게 국민 식생활 안정과 물가 안정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사명의식과 자부심 때문이란 점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어차피 단기간에 자국 내에서 충분한 밀 생산을 못한다면 안정적인 밀 확보가 최우선이다.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밀 조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십 년간의 전문성과 무역 관계를 통해 장기간 수입 계약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의 역할이 더욱더 필요한 시점으로, 식량 유통단계의 안정화를 우선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이희상 한국제분협회장
#밀가루#국민 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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