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오해 살수있는 원자력기본법 개정은 잘못”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2일 03시 00분


■ ‘日 과학계의 양심’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명예교수

“일본인들은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서 핵폭탄으로 숨진 수십만 명의 희생자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런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요.”

10일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의 헤이세이(平成) 기초과학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86·사진)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청년시절(19세 당시) 제2차 세계대전과 일본의 패망을 경험했고, 도쿄대 교수 시절 원자핵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그의 얘기에는 좀더 무게가 실려 있는 것 같았다. 핵의 유용성과 무서움을 몸소 체험한 드문 원로학자이기 때문. 그는 우주에서 날아온 뉴트리노(중성미자)와 X선을 처음 관측해 2002년 노벨 물리학상도 받았다.

일본 ‘과학계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고시바 교수에게 최근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 경향에 대해 물었다. 평생 학계에 몸담았던 그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솔직한 얘기를 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런 그는 “이웃 국가들의 오해를 살 행동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과거 전쟁 때로 회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시바 교수는 한국 국민들에게 “과거 전쟁의 기억에만 얽매이지 말고 차분히 일본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총리 직속 프런티어 분과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국제 규칙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본이 자의적으로 군대를 다른 나라에 보낼 수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이 요청하지 않는데 일본이 군대를 보낼 수가 있겠나. 집단적 자위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다면 일본은 국제사회를 등지게 되는데 그런 일을 하겠나.”

―지난달 원자력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일본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문구가 들어가서 핵무장의 길을 열었다는 해석이 나오는데….

“다른 국가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개정했다고 해서 일본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일본 국민이 핵무기 보유를 납득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3년 전 도쿄에서 핵 관련 국제회의가 열렸을 때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연설에서 ‘여러분 핵물질에 대해서는 연구해 주세요. 하지만 핵무기는 파고들지 말아주세요’라고 분명히 밝혔다. 며칠 후 이에 감동한 이탈리아 단체가 일왕에게 감사장을 만들어 보냈다. (뒤돌아 액자를 가리키며) 바로 이거다.”

―최근 일본 정부는 아오모리(靑森) 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 핵연료 가공공장의 추가 공사를 승인했다. 여기서 나오는 플루토늄은 핵폭탄에 사용될 수 있지 않나.

“일본은 자원 빈국이다. 원자로를 돌리면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 폐기물이 나온다. 비용을 생각한다면 그걸 재처리해 다시 연료로 사용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 플루토늄이 나온다고 핵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추정하면 곤란하다. 국민의 눈이 핵개발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역사 때문에 한국과 중국은 일본을 의심하는데….

“하하. 일본을 믿지 못하는 거로군. 물론 일본이 70년 전에 나쁜 짓을 했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일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걸 기초로 (한일)양국 관계가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의심스러운 눈으로만 보면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과거 전쟁 때로 되돌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별한 목적이 없더라도 양국 정치가와 의원이 지속적으로 만나야 한다. ‘왜 핵연료 가공공장 공사를 추가 승인했느냐’고 궁금한 것을 직접 물어야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오해가 없어진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 찬반 의견이 갈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찬성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100년 전으로, 즉 전기가 없는 시대로 돌아가면 어떻겠느냐고 묻고 싶다. 원자력 발전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절전해도 지금 같은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없다. 방사성 폐기물이나 각종 문제들도 있지만, 그것은 ‘필요악’이다.”

::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는 ::

△1926 년 아이치(愛知) 현 도요하시(豊橋) 시 출생 △1951년 도쿄대 물리학과 졸업 △1955년 미국 로체스터대 물리학 박사 △1958년 도쿄대 원자핵연구소 조교수 △1970년 도쿄대 물리학부 교수 △1983년 도쿄대 이학부 소립자물리국제연구센터장 △1987년 도쿄대 명예교수, 도카이(東海)대 이학부 교수 △200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2005년 공익재단법인 헤이세이(平成) 기초과학재단 이사장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핵무장#원자력기본법#고시바 마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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