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민경]“선생님, 저희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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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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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강상박∼ 에이 강상박 같으니라고!”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놀려댔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가 했다. ‘혹시? 설마….’

아이들을 다그친 결과 우려가 사실이 됐다. ‘강상박’은 특수학급 학생들의 이름을 합친 조합이었다. 이 말을 다른 아이들을 놀리는 데 이용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자기보다 약한 친구들만 괴롭히던 학생이 주동자로 지목됐다. 해당 학생을 불러 목이 터져라 훈계도 하고, 그 학생 입장이 돼서 타일러도 봤다. 한 시간가량 입씨름을 하다 제 풀에 지친 내가 물었다.

“솔직히 말해 줬으면 좋겠어. 선생님이 왜 이렇게까지 화내는지 알겠어?”

“아니요.”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미 비슷한 사건을 여러 번 일으켰던 터라 학부모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학생의 어머니는 “착한 우리 아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대신 학교를 찾은 아버지는 한참 동안 내 이야기를 듣더니, “사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서 혼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중고교생이 돼 말이 통할 때까지는 혼내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한 학생이 내 지갑에 손을 댔다. 녀석을 찾아내 학부모에게 상담을 청했다. 상담을 요청하기까지 나 역시 많은 고민을 했다. 부모님이 민망해하시지 않도록 여러 대처법을 준비했는데, 그런 성의가 무색하게도 그 학생의 어머니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더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리를 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첫 사례에 등장하는 학생은 결국 다른 학생들과의 불화로 전학을 갔다. 그 학부모는 여전히 아들의 잘못은 혼내지 않은 채 사건을 회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런데 전학 간 학교에서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더 큰 문제를 일으켜 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전해 들었다.

두 번째 사례의 학생은 그 사건 이후로는 성실하게 잘 지내고 있다. 학생의 어머니가 다녀간 뒤 얼마 되지 않아 외조부모가 절룩이는 다리를 이끌고 학교를 찾아오셨다. 손자가 훔친 돈도 가져 오셨다. 오랜 시간 상담도 했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부모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를 키우고 있다고 하셨다. 그날 나는 학생과 저녁 늦게까지 교실에 남아 한바탕 같이 울었다.

이 글을 통해 ‘고자질’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우는 소리’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어떤 학부모가 될 것인가’라는 주제를 함께 고민하고 싶다. 몇몇 학부모의 말처럼 나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학생과 학부모를 함께 만나며 둘의 상관관계를 고민해 본 횟수는 학부모들보다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생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죠?”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지만, 사실은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정답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짧은 경력이지만 교사생활을 하며 느낀 점은 학부모의 태도가 학생의 생활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사실이다. 학부모가 잘못을 인정하고 대가를 치르며 반성하는 모습은 학생에게 큰 충격이 되는 동시에 본보기가 된다. 물론 사실 여부가 명확해야 한다. 시시비비를 따져 충분히 증명된다면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모습을 통해 학생들은 책임을 배우게 된다.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학생들을 보면, 책임을 질 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나는 아이들이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고개 숙여 사과할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이기를 바란다. 그런 경험이 축적되면 자신의 일과 행동에 자신감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굳게 믿는다. 부모의 보호막 속에서 옳고 그름의 판단이 흐려진 학생들, 부모가 잘못을 대신 책임져주는 학생들이 어른이 돼 자신의 일과 행동에 얼마나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어떤 부모가 되실 건가요?”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기고#장민경#교육#자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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