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10개? 8개?… 108번뇌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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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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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2009년 말 강원도 한 사찰의 스님과 불자들이 모여 불교계 최초로 사회인 야구단을 만들었다. “절에서 웬 야구를 하느냐”는 물음에 한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야구공의 실밥 108개와 중생의 백팔번뇌(百八煩惱)가 언젠가 만날 인연이었나 봅니다. 야구를 통해 더 많은 대중과 인연을 맺어야죠.”

맞다. 야구공의 실밥은 108개다. 216개의 바늘구멍을 통해 ‘V’자 형태의 솔기 108개가 촘촘히 박혀 있다. 도톰한 실밥 덕에 투수들은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 타자들도 실밥 덕을 본다. 야구공이 밋밋했다면 잘 맞은 공이라도 공기 저항을 많이 받아 멀리 날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중생의 온갖 번민과 고뇌는 백팔번뇌로 통칭된다. 눈, 코, 귀, 혀, 몸, 마음 등 육근(六根)을 통해 일어나는 번뇌가 좋고(好), 나쁘고(惡),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平等) 3가지 작용을 거치면 18가지 번뇌가 된다. 다시 이것이 탐(貪)과 불탐(不貪) 2가지로 나뉘기에 36가지가 되고 이를 전생, 금생, 내생 3가지 세상에서 겪게 되므로 모두 합쳐 108가지라는 것이다.

왜 하필 야구공의 실밥 수는 인간 번뇌의 숫자와 같을까. 우연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19세기에 기독교의 나라 미국에서 시작된 야구가 어찌 그 공에 백팔번뇌의 의미를 담았으랴. 정해진 크기의 공을 일정한 간격으로 꿰매다보니 그리 됐겠지만 야구에도 무수한 번뇌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오묘하다는 느낌이 든다.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머리를 쥐어짜는 투수, 그 공을 기다리며 많은 생각을 하는 타자, 더그아웃에서 온갖 작전을 구상하는 감독…. 투수가 108개의 실밥으로 얽힌 야구공을 잡는 순간 야구를 지켜보는 이들의 머릿속은 백팔번뇌로 가득하다.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무산에 대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선수들이 올스타전 참가를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는 지난달 임시이사회에서 이달 21일 열릴 예정인 올스타전 불참을 결의했다. 선수협은 10구단이 좌절된 것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면 올스타전에 이어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조 결성 및 정규리그 불참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10구단 유치를 희망했던 경기 수원시와 전북도 관계자들도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이들 모두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10구단이 탄생하기를 염원한다.

하지만 10구단은커녕 8구단 체제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근거는 이렇다. 내년부터 NC가 합류하면 프로야구는 9구단이 경쟁한다. 구단 수가 홀수라 매일 한 팀은 쉬어야 하는 등 파행적인 운영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이 오래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몇몇 구단이 힘을 모아 한 팀을 도태시킨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은 팬들이 공감하고 있는 괴담 같은 내용이다. 지난달 10구단 창단 논의를 보류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이달 10일 열린다. 이번 이사회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고,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에 야구인과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구단 체제는 과도기다. 짧을수록 좋다. 10구단이냐, 8구단이냐. 더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즐기는 게 프로야구의 존재 이유라면 결론은 자명하다. 10구단을 둘러싼 번뇌는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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