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소영]예금은 과세, 주식은 비과세, 해외 펀드는 과세?

  • 동아일보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요즘처럼 만족스러운 투자처를 찾기 힘든 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시중 은행에 들러보면 1년 정기예금 금리는 기껏해야 4% 정도다. 최근 인플레이션율이 3% 이상인 것을 감안할 때 실질금리는 1%도 안 된다. 15.4%의 이자소득세 납부를 고려하면 세후 금리는 3.4% 정도이며, 여기에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하면 정기예금자가 얻을 수 있는 실질 수익은 0%에 가깝다. 1% 내외의 이자를 더 주는 저축은행도 있지만 최근 계속되는 부실사태를 생각하면 저축은행은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금융자산과세 상대적 형평성 중요

0% 실질 수익에 만족하기 어려워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특히 주식 투자나 주식형 펀드의 경우 자본이득(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이 없는 것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국내 주식 시장은 최근 몇 달 동안 2,000 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향후 유럽 재정위기의 불확실성, 미국 경제의 더딘 회복 속도를 생각하면 선뜻 주식 투자를 할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보다 신흥국 펀드를 찾아본다. 세계 경제 현황을 보니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은 지속적으로 고성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펀드는 주식형인 경우에도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왜 예금 혹은 채권에는 세금을 부과하고, 주식 투자나 주식형 펀드의 자본이득에는 세금이 없는 것일까. 주식형 펀드의 자본이득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해도 왜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과세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해외 펀드에 투자해 얻는 환차익에 대해서도, 환차손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15.4%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심지어 해외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에도 환차익으로 인한 수익이 있는 경우 세금을 부과했다(최근 법원에서 손실이 발생한 해외 펀드에 대한 환차익을 이유로 한 과세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있었다).

예금, 채권, 주식 등에 대한 답답한 마음으로 은행이나 증권회사를 방문하면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권한다. 위험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상당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 많다. 하지만 역시 15.4% 과세를 하고 있다. 이런 금융상품들은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해 만들어지는데, 왜 파생상품 관련 부분에서 얻어진 수익에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파생상품 과세를 받아들인다 해도, 한 상품에서 손실을 보고 다른 상품에서 수익을 올린 경우 순수익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고 상품별 과세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증세 위한 과세구조 개편 안돼


이렇듯 금융투자에 대한 과세 구조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물론 나름대로의 원칙을 통해 과세 구조를 정했고, 문제점이 발견되는 경우 변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과세 구조 변경을 보면 문제가 된 일부분만을 보정하는 식의 변경이 많다. 금융자산 과세에 관해 보다 일관적이고 근본적인 원칙을 수립해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수긍할 수 있는 과세 구조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금융자산들 간의 상대적인 형평성은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된다. 상대적 형평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과세 구조하에서 투자자들의 금융자산 선택은 왜곡될 것이고,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적인 후생을 감소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의 과세 차별은 해외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경제 전체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주식 부문에 대한 비중을 낮추게 된다. 해외 분산 투자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고수익이 기대되는 고성장 국가들에 대한 투자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또 금융 투자 과세 구조 개편 시 유의해야 할 점은 금융 투자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데 명확한 근거와 합의가 없는 경우 과세 구조 개편을 세금을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주식 자본이득 과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식시장 발전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는 단기매매에 대한 과세, 확정 소득 금융자산과의 상대적 형평성 확립 등을 포함해 주식의 자본이득 과세에 대한 근거는 많이 있다. 하지만 주식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다른 금융자산에 대한 세율의 인하 없이 혹은 주식 단기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가 그에 상응하는 주식 장기 투자에 대한 지원 없이 진행돼 결국 금융 투자에 대한 전체적인 세율 혹은 세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금융 투자에 대한 과세가 증가하는 경우 경제 전체의 저축(총소득에서 민간소비, 정부소비를 제외한 부분)은 하락할 것이고, 이는 전체적인 투자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안 그래도 경제성장률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동아광장#김소영#주자#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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