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상빈]저축銀 명칭 상호신용금고로 환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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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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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빈 한양대 경영대 교수
이상빈 한양대 경영대 교수
파이시티라는 막장 드라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또 다른 막장 드라마가 탄생했다. 두 드라마 모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파이시티에는 권력 실세들이 찬조 출연했지만 이번에는 감독당국이 감독을 겸하면서 배우 자질이 없는 사람까지 마구잡이로 출연시켰다. 이러다 보니 가짜 서울대 법대생, 신용불량자, 은행장 그리고 밀항 시도 등 상상을 초월하는 막장 드라마가 됐다.

어설픈 은행 흉내 이젠 그만낼 때

저축은행사태는 총체적 감독 부실이 가져온 인재다. 상호신용금고의 이미지가 나쁘니 은행으로 개명해 달라는 로비에 감독당국이 넘어간 것이 현 사태를 초래한 씨앗이 됐다. 또 동일인 대출한도라는 위험관리의 기본조차 무시하는 ‘8·8클럽’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부실의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를 했다.

저축은행들은 낙하산 감사 및 방패막이 사외이사로 울타리를 쳐 감독당국의 접근을 막았다. 감독당국도 노후를 혹시 저축은행에 위탁할 수 있다는 마음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솜방망이 감독으로 일관했다. 예금보험한도도 은행과 같은 5000만 원으로 하다 보니 저축은행은 고금리 예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를 고수익·고위험인 PF 대출에 ‘몰빵’해 잘 되면 자신이 돈을 벌고 못되면 예보에 떠넘기면 된다는 식의 영업행태를 보였다.

저축은행에 이제 더는 구조조정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 아직 남아 있는 PF 부실도 문제지만 가계신용대출의 연체율이 13%대를 웃돌고 있어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신뢰를 상실한 저축은행은 당장 먹거리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사업모델이 없다. 사정이 이러니 구조조정이 없다는 말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저축은행은 이제 서민금융의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설픈 은행 흉내를 그만 내도록 명칭을 상호신용금고로 환원해야 한다. 본래 상호신용금고는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이다. 지역에서 유치한 소액예금을 그 지역에 다시 대출해 주는 서민금융기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불법사채와의 전쟁이 선포됐다. 불법사채는 단속만으로 근절이 되지 않고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제도권에서 흡수해 주어야 한다. 저축은행은 서민금융기관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경쟁력 확보는 자신들의 몫이다. 일본계 대부업체가 성행하는 것을 볼 때 서민금융시장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저축은행사태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 부실 감독에 대한 책임도 엄격하게 추궁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저축은행 백서를 발간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작년 저축은행 문제 때문에 국무총리실이 중심이 되어 ‘금융 감독혁신’ 보고서가 나왔으나 이런 알맹이 없는 보고서는 또 다른 부실을 예고할 따름이다.

서민금융 활성화 차원서 접근을

지금까지 저축은행 때문에 투입된 돈이 20조 원이 넘고 또 6조 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감독부실 때문에 막대한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는데 감독책임이 없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지금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가 30조 원 정도라고 하는데 저축은행에 투입한 돈을 이런 곳으로 돌렸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훨씬 가벼워졌을 것이다.

현 감독체계 개편도 중요한 이슈이다. 저축은행에 대한 뒷북 감독, 감독당국은 적발 못하고 검찰에 가서야 밝혀지는 저축은행 백화점 비리, 이런 점들을 시정할 수 있도록 감독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감독을 한 기관에서 하니까 금융소비자 보호가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을 가칭 ‘건전성감독원’과 ‘소비자보호원’으로 양분하는 쌍봉(twin peak) 체제로 가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대 교수
#저축은행#서민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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