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바라보는 민주통합당의 시각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이든, 당외 경선이든 그를 끌어들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체 대선 후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안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와 경선하면 더 좋겠지만 지금처럼 밖에서 하는 것도 괜찮다. 우리는 문턱을 낮춰놓고 있다”고 말했다. 당 대표를 노리는 이해찬 전 총리의 생각도 비슷하다고 한다. 민주당에서 안 원장을 영입하자는 쪽이 대세라는 얘기다. 반면에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민주당이 좋은 후보를 키울 생각은 않고 외부에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민주당 안에서는 대선 후보로 문재인 상임고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안 원장에 비해 지지율이 한참 떨어진다. 설령 문 고문이 민주당 후보가 되더라도 안 원장이 독자 출마한다면 문 고문의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 민주당이 안 원장 영입에 집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만약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와 경선을 벌인다면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패한 전례를 답습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은 의미가 다르다. 아무리 정권 교체가 절박해도 자체 후보를 내지 못한 채 대선을 치른다는 건 제1야당의 수치다. 민주당이 ‘안철수 대선 후보 만들기’로 곁불이나 쬐려 한다면 정당이 아니라 ‘정치기획사’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5일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대선 후보의 가상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박 위원장이 안 원장을 47.2% 대 42.1%로 앞섰다.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박 위원장의 지지율이 안 원장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안 원장을 앞섰다.
박 위원장이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이끈 데 따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대선까지 8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정치에 나설 듯 말 듯하면서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는 안 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다면 빨리 태도를 밝혀 정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민과 언론에 역량 검증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