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前方注視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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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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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시력은 포유류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편이다. 좋은 시력의 3대 요소는 입체시, 3색형 색각, 중심와다. 소 쥐 개 등과 달리 유인원의 얼굴은 평평하며 두 눈이 모두 앞을 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두 눈이 이루는 시야는 180도 미만으로 좁아지지만 두 눈의 시계(視界)가 겹치는 곳에 있는 사물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입체시(立體視)다. 영장류의 오랜 조상은 원래 녹색과 청색 2가지 색각세포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3300만 년 전 붉은색을 느끼는 색각세포가 추가돼 3색형 색각이 되면서 익은 열매, 어리고 부드러운 새순을 잘 고를 수 있게 됐다.

▷특히 중요한 것이 중심와(中心窩·황반)다. 우리의 시세포는 망막 전체에 골고루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중심와에 빽빽이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있는 각도는 겨우 5도 남짓이다. 카메라 필름과는 완전히 다르다. 무엇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시선을 돌려 중심와에 초점이 맺히도록 해야 한다. 유인원의 눈은 안구방(眼球房) 안에 있다. 대개의 포유류에서 두개골의 눈구멍은 뇌로 열려 있지만 유인원은 눈구멍 뒤가 둥글게 막혀 안구방을 형성한다. 이 역시 눈알을 고정시켜 중심와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려는 진화적 장치다.

▷화물트럭 운전사가 주행 중 DMB TV를 보다가 끔찍한 대형 사고를 냈다. 도로교통법은 차량 운전자에게 전방주시(前方注視) 의무를 지우고 있다. 주시란 ‘어떤 목표를 눈독들여 본다’는 뜻이다. 사람의 눈에서 중심와는 하나뿐이어서 두 가지 사물을 동시에 잘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DMB 쪽으로 곁눈질하면 전방은 ‘주시’가 안 된다. 주행 방향에 DMB를 놓고 보면 어떨까. 그것도 안 된다. 우리 눈의 입체시 기능 때문에 가까운 DMB 화면을 볼 경우 먼 거리에 있는 것은 망막에 제대로 상이 안 맺힌다.

▷작년에 전방주시 태만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14만 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63%에 이르렀다.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운전자의 93%가 “DMB 시청 운전은 위험하다”면서도 33%는 “운전 중 가끔 또는 자주 DMB를 본다”고 응답했다. 큰일 낼 사람들이다. 일정 속도 이상 주행하면 운전자용 DMB는 자동으로 꺼지도록 제작할 필요가 있다. 법으로 의무화하고 어기면 처벌해야 한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횡설수설#교통사고#전방주시#교통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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