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 실험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최근 촬영한 영상정보에 따르면 과거 두 차례에 걸쳐 핵 실험을 실시한 함경북도 풍계리 현장에 8000m³의 토사(土砂)가 굴착됐다. 갱도에 핵폭탄과 관측 장비를 넣고 토사를 다시 메우기만 하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당국도 “3차 핵 실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김정은은 김일성 100회 생일에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리려다가 망신을 당한 뒤 핵 실험으로 만회하려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
이번 실험은 2006년과 2009년의 플루토늄 핵 실험이 아닌 농축우라늄 핵 실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미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농축우라늄 생산을 시작했다. 북한이 갖고 있는 원심분리기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2000개보다 훨씬 많은 6700개 이상이다. 플루토늄탄보다 가벼운 우라늄탄 개발에 성공하면 미사일의 핵탄두 장착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용해 미국 본토도 위협할 수 있다.
한미 군사당국이 27일 미국 국방부에서 만나 처음으로 ‘통합국방협의체’를 구성하고 북한의 핵 위협 시나리오에 맞서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한미 양국이 합의했던 ‘확장 억제력 제공’ 작업을 구체화하는 회동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한 일이다. 북한의 핵 실험을 사전에 막지 못한다면 사후적으로라도 철저히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을 세우는 등 더욱 긴밀한 한미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북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핵우산과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한미 양국 간에 이뤄지고 있는 논의가 군사당국 사이의 개념적 합의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공동으로 진행하게 될 ‘확장 억제수단 운용연습’을 통해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미가 사용할 수 있는 실효적인 군사적 수단을 창출해야 한다.
올해는 한미 양국이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해인 만큼 북한은 양국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며 도발의 강도를 계속 높일 공산이 크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북한 문제에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단호한 목소리로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