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이대호]자리 양보한 두 명의 중학생… 얼마나 고맙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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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8시 무렵, 우리 부부가 오랜만에 상경하여 서울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철에 오르게 되었다. 그날 우리 부부는 서울 여기저기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느라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도 아프고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언제나 그렇지만 그날도 어김없이 전철은 만원이어서 우리 부부는 서서 갈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바로 그때, 웬 남학생 한 명이 내 곁으로 부지런히 다가오더니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이 아니었다. 멀찍이 앉아 있다가 우리 부부를 보고 달려온 것이었다.

다리도 아프고 몹시 피곤해 반갑고 고맙긴 했지만 미안한 마음에 몇 번이고 괜찮다고 사양을 했다. 하지만 그 학생은 끝까지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나를 끌고 가서 앉히는 것이었다. 학생의 권유와 성의에 못 이겨 얼떨결에 일단 자리에 앉긴 했지만 얼마나 고맙고 미안하고 어색했던지….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학생 한 명이 멀찍이 서 있는 집사람을 부르면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먼저 나에게 자리를 양보한 학생과 친구 사이였고 공교롭게도 두 학생은 우리가 내릴 역까지 같이 가는 길이었다. 목적지까지 가려면 아직 8개의 역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전철은 여전히 만원 상태여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두 학생은 계속 서서 올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자리에 앉아 편히 오긴 했지만 두 학생을 끝까지 서서 오게 한 우리 부부의 마음은 몹시 고마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불편하였던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전철에서 내린 후 자세히 알고 보니 우리 부부에게 자리를 양보한 두 학생은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그들은 역에서 내려 헤어질 때 우리 부부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몇 번이고 안녕히 가시라고 공손히 인사를 하면서 예의를 다하였다. 그 두 학생의 예의 바르고 따뜻한 온정은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의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 주고 있다.

요즈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가도 어른이 다가오면 자리를 양보하기는커녕 으레 자는 척하고 아예 눈을 감아 버리든지, 책을 보는 척하기가 일쑤다. 그게 또한 보편화된 현실이다. 그런데 그날 두 학생의 아름다운 행동은 요즘 세상에 정말 찾기 힘든 모습이었다.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실천할 줄 아는 이 두 학생의 미담이 민들레 꽃씨가 바람에 멀리멀리 날아가듯 퍼져 나가길 바란다. 이렇게 인성이 고운 학생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기대하는 마음이다

이대호 경기 파주시 시청로·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
#자리 양보#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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