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의 정치철학 맹공한 박근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향해 “도대체 정치 철학이 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비서실장인 문 후보(부산 사상)가 노 전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맹공했다. 박 위원장이 문 고문에게 포문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고문은 이 소식을 듣고 “박 위원장의 정치철학은 권위주의적”이라고 받아쳤다.

문 고문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공방은 친박(친박근혜) 대 친노의 대결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친노 진영은 문 고문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문 고문이 야권 후보군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앞질러 ‘박근혜 대 문재인’ 대선 구도를 점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문 고문의 ‘정체성’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 고문은 작년 6월 자서전 ‘운명’에서 한미 FTA에 대해 “미국에 주눅 들지 않고 최대한 우리 이익을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선 현 정부에서 비준된 한미 FTA는 폐기해야 한다고 견해를 바꿨다. 문 고문은 사정 변경이 생겼다고 핑계를 대지만 ‘말 바꾸기’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의 ‘변신’은 야권의 진보좌파 성향 핵심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의도이지만 나라의 미래를 걸머지겠다는 국가 지도자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문 고문은 그동안 박 위원장의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장물(贓物)을 남에게 맡겨 놓으면 장물이 아닌가요”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관훈토론회에서 “정수장학회에 대해선 제가 관여해 결정을 내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은 박 위원장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1970년대에 대통령 공보비서를 지낸 핵심 측근이다. 최 이사장 외에 장학회 이사 4명도 박 위원장이나 최 이사장과 가까운 사람이다. 박 위원장의 정치적 결단이 나와야 할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공천심사에서 친이, 친박의 개념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당내에서도 그 말을 액면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여론조사 잣대가 지역마다 들쭉날쭉했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박 위원장도 지금부터는 크고 작은 모든 결정이 상대에게 공격의 자료가 될 수 있음을 알고 행동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