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5일제 수업과 아빠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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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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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새 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주 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된다. 양성 평등 시대에 주말 나들이의 과제를 엄마들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교육적이면서 가격이 적당하고 아이들이 즐거워할 나들이 행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동아사이언스 영재교육원 지니움이 25일 개최한 ‘아빠와 함께하는 연날리기 행사’는 반가웠다. 연을 만들어 날려보고 전통 한정식을 먹은 뒤 고구려 대장간 마을을 통해 역사체험을 하는 사이에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면 사전 준비와 학습이 필수다.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북한산 등반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으려면 약 78.54㎢에 달하는 ‘서울의 허파’에서 숨쉬고 있는 선조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계곡에서 땀을 닦으며 천년의 풍상에도 위엄을 잃지 않고 있는 마애석가여래좌상과 비봉 정상의 진흥왕 순수비를 설명하려다 보면 아빠들의 역사 지식도 늘어날 것이다.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만난 비버와 수달의 차이점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아빠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나들이 전에 예습이 필수다.

▷아이들과 축구장에 나가 팬티까지 흠뻑 젖을 정도로 공을 차고 달려보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일주일 내내 수업과 학원을 쳇바퀴 돌 듯하다가 기껏해야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아이들을 위해 아빠만이 해줄 수 있는 봉사 과목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초등학교 여자아이라면 딸의 손을 꼭 잡고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 일에 도전해 보라.

▷최근 유치원생인 세 쌍둥이를 데리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공룡대탐험전을 찾았다.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의 차이점을 공부하고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 공룡을 시기별로 외워서 갔다. 하지만 전시회에는 ‘옥에 티’가 적지 않았다. 화석 발굴 체험용 붓은 털이 다 빠져 모래를 쓸어 낼 수 없었다. 공룡 뼈 조립박스에는 이 공룡 저 공룡 뼈가 뒤죽박죽이었다. 공룡 캐릭터 배지 제작용 사인펜은 말라붙어 색깔이 나오지 않는 것이 수두룩했다.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녹색이라고 굳게 믿는 아이에게 녹색 펜을 찾아 줄 수 없어 갈색을 썼다. 주 5일제 수업의 본격 시행을 맞아 전시회 기획사들도 생존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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