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장중]자녀의 눈 바라보며 얘기를 들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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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중 전국학부모지원센터장
김장중 전국학부모지원센터장
아이들이 개학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됐습니다. 가해 학생의 처벌과 피해 학생의 안전한 보호 및 교육환경 개선을 담은 정책 과제를 보면서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안의 구체성과 실효성을 지적하지만, 저는 학부모의 지속적 관심과 생활 속 실천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대통령의 언명처럼 좋은 심성을 가지도록 인성교육을 잘해야 학교폭력이 없어지는데, 여기엔 학부모의 노력과 협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지요.

학교폭력은 기본이 잘못돼 바른 인성을 가지지 못한 아이가 저지르는 비행이기에 정부나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지역공동체와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합니다. 특히 가정과 부모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겠지요. 내 자녀가 가해자일 경우 등교 정지가 되고 유급될 수 있으며 강제 전학 또는 소년원에 가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징계 사항은 학생부에 기록돼 진학과 취직에 치명적인 제약을 받게 되며, 치료비 부담과 함께 학부모가 소환돼 특별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남을 때리거나 괴롭히거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못하도록 엄하게 꾸짖고, 약한 친구를 못살게 구는 것은 비겁한 짓이며 도와주는 것이 올바른 태도임을 가르쳐야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지 않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부모 세대와 확연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정보통신 매체와 공생하며 집에 있어도 세상과 늘 연결돼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에 중독되지 않고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돌봐야 합니다. 가해와 피해 징후 확인 방법은 저희 센터 홈페이지(www.parents.go.kr)에도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교육정보와 강좌도 준비할 계획입니다.

자녀들과의 대화와 소통은 학교폭력을 막는 지름길입니다. 정보기술(IT) 시대를 사는 우리는 밤중에도 세상과는 잘 소통하면서 정작 자녀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생활에 찌들다 보니 아이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여유조차 없고 성적을 강조하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이 바빠도 자식보다 소중한 게 어디 있으며, 공부도 부모와 자녀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잘하는 것 아닙니까. 잠시라도 자녀의 눈을 바로 쳐다보면서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공감하고 동감할 때 아이들은 부모를 믿고 안정감을 갖게 되며 쑥쑥 성장하지요. 최근 학부모 교육에 참여한 많은 이들, 특히 아버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고 다짐하며 자녀와의 대화법을 배우고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고 친구와 어울려 놀게 합시다. 조바심을 거두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믿어 봅시다. 잘 노는 아이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으니까요.

선생님과의 협력과 학교 참여도 중요합니다. 부모는 가정에 있는 스승이고 교사는 학교에 있는 부모이기에 아이에 대해 서로 밀접하게 의논하고, 선생님을 믿고 자부심을 높여주도록 노력합시다. 상담을 위해 와 달라고 선생님이 사정해도 외면하고는, 수업시간에 압수당한 휴대전화를 돌려달라고 전화하는 그런 일은 이제 없어야겠습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선생님을 만나며, 학부모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아이들을 위해 지식과 재능을 기부하는 봉사활동에 모든 학부모가 적극 나설 때입니다.

김장중 전국학부모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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