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이번 국회서 헌법재판관 새 후보 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헌법재판소는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이 지난해 7월 퇴임한 뒤 8개월째 후임자를 정하지 못해 정원 9명에서 한 명 모자란 ‘8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재가 법률의 위헌결정, 헌법소원 인용결정을 내릴 때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8명의 재판관 중 5명 위헌 대 3명 합헌으로 의견이 갈릴 경우 공석인 1명의 의견에 따라 위헌과 합헌이 바뀔 수 있다. 헌재는 이런 경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처리를 미뤘다.

헌재의 비정상적 상태가 8개월째 계속되는 것은 민주통합당이 조용환 후보자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부적격 논란에 시달리다 우여곡절 끝에 임명동의안이 이달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부결됐다.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에 의해 이번 국회는 조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재상정할 수 없다. 이쯤 되면 민주당이 후보자를 바꿔줘야 하는데도 6월 개원하는 차기 국회에서 다시 조 후보자를 추천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국회가 선출하도록 돼 있다. 국회는 관행으로 1명은 여당, 1명은 야당,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한다. 여당 추천이든 야당 추천이든 헌법상으로는 모두 국회 몫이므로 본회의에서 임명동의를 얻어야 한다. 야당 몫인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새누리당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꽤 많이 지지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 12명이 불참하고 일부 반대표가 나와 부결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조 후보자를 고집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폭침은 직접 보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해 안보관을 의심받았다. 법관이 사건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서도 판결을 내리는 ‘자유심증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발언이다. 조 후보자는 농지매입 자녀전학 등을 위해 4차례나 위장전입을 했다. 만약 새누리당이 추천한 후보가 위장전입을 4차례 했다면 민주당이 찬성해 줬겠는가.

이번 국회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아직 3개월여 남았고 새 국회가 구성돼 정상적인 활동을 할 때까지는 또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이 새 국회에서 후보자를 내겠다는 것은 헌법재판관 공백 상태를 그만큼 더 끌고 가겠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재판관 공석으로 헌법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한 침해를 당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강국 헌재소장이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국회의장에게 보냈겠는가.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 새 후보자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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