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동영]한명숙의 도덕성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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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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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영 사회부 차장
이동영 사회부 차장
‘김황식 국무총리가 4대강 사업 업체 선정을 앞두고 모 건설회사 A 사장을 불러 총리 공관에서 오찬을 함께한 뒤 함께 골프숍에 들러 고가의 유명 골프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 총리 측은 “점심을 먹고 골프숍에 간 것은 맞지만 골프채를 선물받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고 성의를 생각해 장갑 한 켤레만 들고 나왔다”고 해명했다. 김 총리는 또 지난해 여름휴가 때 식구를 동반해 A 사장이 소유한 제주도의 골프 리조텔을 제공받아 골프를 즐겼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서도 김 총리는 “가긴 했지만 골프는 별로 안 치고 산책만 했다”고 해명했다.’

가상의 일이지만 만일 이런 뉴스가 요즘 보도됐다면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반응은 어땠을까. “현 정권의 도덕성 타락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건이다. 장갑만 가져 나왔다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정권의 숨은 비리를 낱낱이 밝혀내지 못한다면 특검을 해서라도 밝혀야 한다”고 하지 않았을까.

한 대표는 15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연 기자회견 회견에서 내각 총사퇴를 거론했다. 그는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과 ‘부패와 비리’는 출범을 같이했다”며 대통령 주변에서 연달아 터지고 있는 ‘권력형 비리’를 직접 겨냥했다.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책임을 요구하는 야당 대표의 주장은 큰 파장을 낳을 법했지만 ‘내각 총사퇴’ 요구는 며칠도 안 돼 힘을 잃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사이 한 대표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내면서 만들어냈던 각종 의혹이 오히려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 대표는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뚜렷한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19일 “법적으로는 무죄였을지 모르지만 정치적 도덕적으로는 유죄”라며 그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졌다. 한 대표는 여성부 장관 재임 시절 근무 시간에 곽영욱 당시 대한통운 사장과 골프숍에 들어갔다가 골프채를 사양하면서 모자 한 개를 들고 나왔다. 국무총리 재임 때는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대형 사업을 추진 중인 건설업체 대표까지 총리 공관으로 불러 저녁밥을 먹었다. 그날 점심에는 석탄공사 사장직에 응모했던 곽 사장을 초청해 놓고 사장 선임을 맡고 있는 당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을 부르기까지 했다. 한 대표는 곽 사장 소유의 제주도 골프장 빌리지(숙박시설)를 제공받고 동생 부부와 골프장에 가기도 했다. 그러면서 “별로 (골프는) 치지도 않고 산책하며 놀러 다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아닌 당직자가 현 정권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내각 사퇴를 거론했더라면 훨씬 설득력과 파급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적어도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느냐”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무죄 선고가 나긴 했지만 그가 국무위원으로서 한 행동에는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있다는 데 이견을 가지는 국민은 거의 없다.

한명숙호(號) 민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그가 가진 도덕적 잣대로 국정이 운영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총리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업자를 만났을 때 ‘룸살롱 대신 저녁 밥’ ‘해외여행 접대 대신 국내 여행’ ‘한우 갈비 대신 수입 쇠고기’ ‘대형 외제차 대신 국산 소형차’ 정도는 받아도 괜찮은 잣대를 적용할 것인가. 한 대표 자신이 말했듯 2012년은 반성과 변화의 해가 되어야 한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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