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찬주]軍 상부지휘구조 ‘전투 위주 조직’으로 개편해야

  • 동아일보

박찬주 합참 군구조개편단장 육군 소장
박찬주 합참 군구조개편단장 육군 소장
얼마 전 미국은 미래에 대비한 새로운 국방전략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을 날씬하면서도(Leaner) 모든 위협에 대응 가능한(Ready for the full range of contingencies) 민첩하고(Agile) 유연성(Flexible)을 갖춘 군대로 개혁하겠다고 공표했다. 세계 최강의 군대도 안보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른 군사강국들도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작전 효율성을 증가시키면서 조직을 슬림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독일은 합참의장에게 실질적인 군 최고지휘관의 권한을 부여하여 단일 지휘체계를 확립하면서 각 군 본부와 작전사를 통합해 슬림화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014년까지 합참과 각 군의 기능을 통합한 단일사령부로 개편할 예정이다.

우리 군도 지난 40년간 안보 환경 변화에 맞게 상부지휘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정부 출범 때마다 전담기구를 편성해 지휘구조 개편을 연구해 왔으나 매번 군정과 군령이 통합된 일사불란한 구조로 시작했다가 이후 반대에 부닥쳐 무산되거나 변형되는 과정이 반복됐다. 권한의 배분, 견제와 균형에 초점을 두고 군령은 누가 맡고 군정은 누가 맡는 식의 권력 배분이 우선시되면서 군사적 효율성은 뒷전이 되었던 것이다.

본래 군정이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군령의 시행을 뒷받침하는 데 의미가 있으나 우리 군은 그동안 군정이 오히려 주가 되고 작전지휘계선이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전도현상이 심화돼 왔다. 이것은 군의 행정화 관료화의 주된 요인이 돼 왔으며 상부지휘구조의 비대화를 초래했다. 20년 전 권력구조의 시각에서 비롯된 현재의 상부지휘구조는 머리는 비대하고 하체는 허약한 비효율적인 구조다.

일부에서는 합참의장은 군령을 행사하고 각 군 총장은 군정만 행사하는 군제야말로 전형적인 합동군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상비군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31개 국가의 군제를 분석해 보면 각 군 총장이 군정과 군령을 통합 행사하는 국가가 대부분이며 전·평시 군정만 행사하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 일본 3개국뿐이다. 이미 세계적인 추세는 각 군 총장이 군정과 군령을 통합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사태가 상황 발생 당시 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운영의 문제인데 구조의 문제로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든 현상에는 구조적 요소와 운영적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운영의 안정성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군정과 군령으로 이원화된 현재의 상부구조는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연합사가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연합사가 전시작전통제권한을 행사함에 따라 우리 군은 각 군 본부를 중심으로 작전 지원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면 연합사는 해체되고 한국 합참이 한반도 전구사령부 역할을 대체하면서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이라는 새로운 연합방위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전작권 전환 이후 새로운 동맹군사구조에 적응하고 모든 위협의 스펙트럼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투임무 위주의 조직으로 근본 체질을 바꿔야 한다. 주한미군도 행정사령부인 주한미군사(USFK)를 전투사령부인 미한국사(US KORCOM)로 전환하고 예하의 8군사령부도 행정사령부에서 야전군사령부로 전환하는 등 상부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우리 군의 현 상부구조로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주도의 효과적인 작전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합참은 전구작전사령부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기능을 부여하고, 지금까지 군정만 담당하던 각 군 본부에는 작전지휘권을 부여함으로써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춘 ‘전투임무 위주의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박찬주 합참 군구조개편단장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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