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건전한 진보’ 위해 ‘진보 부패’도 따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친노(親盧)의 핵심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설 연휴에 “진보 진영 사람들은 왜 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쪽을 인정 안 하는 적대감이 문제”라고 말했다. 진보 진영이 자기들만 옳다는 독선(獨善)으로 울타리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다.

동아일보가 설 다음 날인 24일 실시한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가상 맞대결 결과는 39.0% 대 51.8%로 안 원장이 크게 앞섰다. 박 위원장과 문 고문의 맞대결에선 46.7% 대 38.4%로 박 위원장이 8.3%포인트 앞섰지만 한 달 전 같은 조사 때보다 격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민주당 안에서는 언행이 표독한 인사들보다 상대적으로 품이 넓어 보이는 문 고문이 약진하는 추세다. 때로는 진보좌파 진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하는 광폭 행보도 지지율 상승의 동력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진보좌파 진영은 남의 허물엔 핏대를 세우면서도 자신들의 허물엔 눈을 감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 일쑤다. 2009년 공정택 당시 서울시교육감이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서울 교육 수장으로서 법적 도덕적 자격을 잃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곽노현 현 교육감이 1심에서 20배인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자 “직무 복귀를 환영한다. 최종 판결에서는 선의(善意)가 인정되기를 바란다”고 역성을 들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당장 사퇴하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이달 15일에 마친 자신들의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돌았던 돈봉투 의혹에 대해선 ‘확인이 먼저’라며 뭉개고 있다. 문 고문 같은 대선 잠재후보조차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세력의 부패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정치를 원한 갚기로 여기는 듯한 일부 야권 인사의 의식도 문제다. 친노인 문성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수모를 깨끗하게 돌려드리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2016년 총선 때 한나라당을 궤멸시키자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복수혈전’을 벌이겠다는 투다. 정치 현장에는 ‘3 대 3 대 3’ 법칙이라는 게 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선택할 지지층 말고 중도 표심(票心)이 대세를 가른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다수 국민을 안심시키는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문 고문의 합리적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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