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북한 편중’ 버리고 ‘북한 관리’ 협조하길

  • 동아일보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어제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북한 김정일 사망 이후 처음으로 만난 양국 정상의 대북(對北) 정책에 대한 합의여서 눈길이 간다. 후 주석은 “남북이 대화로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협력 프로세스를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하고 맡은 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양국 정상이 비핵화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북한에 구체적인 변화를 촉구하지 않은 아쉬움은 있다. 더구나 한국과 중국이 생각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개발과 무력도발을 포기하고 대화로 나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견지했다. 반면 중국이 말하는 평화와 안정은 북한 체제 존속이다. 중국은 김정일이 사망하자 곧바로 김정은 체제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함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명박 정권과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평화와 안정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중 정상의 합의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한중 양자 관계에서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후 주석은 서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과 한국 해경을 공격하는 행위에 대해 어민의 교육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조속히 협상 개시 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교역량이 2000억 달러를 넘을 정도로 긴밀해진 양국 경제교류를 고려하면 FTA를 신중히 검토해볼 수 있다. 중국이 우리와 같은 제조업 강국인 대만과 맺은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면밀히 검토해 중국 시장이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중국과 낮은 수준의 FTA를 맺기에는 우리 산업 전반에 미칠 리스크가 큰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중은 올해 수교 20주년을 맞았다. 후 주석은 올해 말, 이 대통령은 내년 2월 막후로 물러난다. 북한을 대하는 시각에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드러나지만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양국의 동반자 관계를 굳건히 하는 공동 목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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