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反부패 경쟁으로 국민심판 받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중 한 명으로부터 300만 원이 든 돈 봉투가 온 적이 있어서 곧 돌려줬다. 결국 그분이 당선됐다”고 채널A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고 의원처럼 당사자가 폭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전당대회나 당직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대의원들에게 돈을 주고 표를 산다는 얘기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뒷소문으로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대략 200만∼500만 원씩 건넨다는 말도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당법 50조는 ‘당의 대표자나 당직자로 선출되기 위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은 만사가 돈이면 다 되는 ‘만사돈통’ 정당이냐”고 비난했지만 민주당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도 돈이 오갔다는 소문이 꽤 구체적으로 돌았다. 여야 할 것 없이 치부를 애써 감췄을 뿐이다. 정당 내 선거를 위탁관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금품 거래를 단속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관행을 단절하지 못하면 또 몇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공당(公黨)의 대표 자리를 돈 주고 샀다면 그 돈을 어디서 끌어댔는지도 파헤쳐야 한다. 의원 세비를 모아서 만든 돈은 아닐 것이다. 수십억 원을 끌어다 쓰고 원하는 자리에 오르면 공천권이나 이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선거 때 쓴 돈을 거둬들이려 하지 않았겠는가. 검찰 수사 결과 비리 사실이 드러나면 법을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은 난마처럼 얽힌 비리의 극히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경기 여주군수 공천을 신청한 한 후보자가 한나라당 의원에게 2억 원을 건네려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적이 있다. 기초단체장 공천은 ‘7당(當)6락(落)’(7억 원을 내면 공천을 받고 6억 원을 내면 못 받는다)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공천을 돈 주고 사서 시장 군수가 되고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를 통해 벌충하려 들 것이 뻔하다. 전국의 시장 군수들이 줄줄이 교도소로 끌려가는 연원(淵源)이 바로 정당의 부패다.

공직을 사고파는 부패는 민주정치의 공적(公敵)이다. 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들은 정치 부패 일소 경쟁을 벌여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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