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부터 서민고통 분담할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정부가 올해 공무원 보수를 3.5% 올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물가 목표 3.2%보다 높게 잡은 수치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양국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고유가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가스 값, 고속도로 통행료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누적된 상태다. 올해 예산의 44%를 1분기에 배정해 연초부터 재정을 넉넉히 풀기로 한 것도 물가 관리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정부가 솔선수범해도 물가 목표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인데 공무원들이 자기 월급부터 올리겠다고 하니 민간의 물가안정 심리가 흔들리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언급했다. ‘쇠고기 국장, 배추 과장’을 정해 생필품의 목표가격을 반드시 지키라는 주문이다. 품목별 책임자를 정한다는 것은 가격에 직접 개입해서라도 목표를 지키라는 뜻으로 읽힌다.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인위적 가격통제 방식을 선호했다. 이른바 ‘52개 MB 품목’의 지정이나 “기름값이 묘하다” 같은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시장 물가는 정부의 관리대상으로 삼으면서 ‘공무원 봉급만은 예외’라는 말인가.

지난해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3.5% 감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나쁜 수치다. 반면 공무원 봉급은 5.1% 올랐다. 작년 물가상승률(4.0%)을 훌쩍 넘는 ‘홀로 강세’였다. 민관(民官) 사이에 온도차가 컸다. 더구나 공무원은 국가공무원에 이어 6급 이하 지방공무원의 정년도 종전 57세에서 단계적으로 늘어나 2013년에는 5급 이상 공무원과 같은 60세가 된다.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할 여건에서 정년 연장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민간기업에서 1960년대 이전 출생자를 모두 내보내는 혹독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과 대비된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 구직자들이 공무원·공기업 시험에 매달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다. 젊은이들이 공무원 취업에만 몰리는 현상은 인재의 균형 수급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도 공무원 봉급만 예외적으로 올린다면 인재의 공공부문 편중이 더 심해져 국가발전의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로 올해 경제여건이 어렵다. 물가 환경 역시 만만치 않다. 모두가 고통을 나눠야 할 때다.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려면 공무원이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게 공복(公僕)의 올바른 자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