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하비에르 솔라나… 격동의 2011&2012]<4>EU가 당면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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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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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외교정책 대표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외교정책 대표
지난 60여 년간 유럽 통합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화해 왔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로 시작해 오늘날 유럽연합(EU)에 이르기까지 각국은 통합 과정의 단계마다 민주주의, 인권, 사회 정의 같은 가치와 경제 성장, 유럽의 국제적 위상 같은 목표를 공유해 왔다. 하지만 이 통합의 성과는 내년에 전례 없는 시험을 치르게 됐다.

2011년 유로존 주변국에서 시작돼 주요 국가들까지 충격을 준 재정위기로 유럽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 강한 유럽이 요구된다는, 심오한 지정학적 변화와 맞물려 EU의 회복 여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제기됐다.

글로벌 파워가 아시아와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테러단체 같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초국가적 요인도 새롭게 출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개발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핵 확산도 위협적인 문제다. 에너지 안보나 기후변화 등에 대한 각국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냉전 체제가 종식된 뒤 평화롭고 예측 가능한 ‘탈역사적 세계’가 예견됐지만 현재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1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아랍 혁명은 반세기를 지배해 온 중동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세계 각국은 원전의 미래에 의문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1945년 이후 경제 및 안보 리더로 활동해 온 미국이 올해 들어 불안한 국정 운영과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EU가 당면한 전략적 도전은 방대하다. 무엇보다 국제적 신용도를 회복해야 한다. 2009년 리스본 조약이 발효된 이후 상당 부분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고 규제했지만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U는 제도적 재정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공동체는 정치와 재정 기준의 통합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최근의 재정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 유로존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유럽중앙은행에 위험 분담의 책무를 지우는 것이다. 더욱 엄격한 수준의 새 안정성협약도 필요하다.

12월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논의된 바 있다. 교훈은 명백하다. EU가 재정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협약이든 내핍과 경제적 자극에 대한 필요 사이의 균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성장과 고용 창출 없이 유로존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유로존은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 15년 안에 중국과 인도는 연구 개발 분야에서 세계 투자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의 2배 수준이다.

인구 감소세도 EU의 걱정거리다. 2025년 아시아 인구는 전 세계의 61%를 차지하는 데 반해 유럽 인구는 6.5%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민과 보건, 교육 등에 대한 적절한 전략 없이는 유럽의 경쟁력과 성장세는 약화될 것이고 사회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제는 서구 중심적인 세계라고 할 수 없는 만큼 외교정책 역시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유럽의 이익 추구를 위해서는 전통적 동반자인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브라질 같은 경제 신흥국과 터키 러시아 같은 잠재적 경제동력을 가진 국가와도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중동의 경우 국가 재건에 유럽의 지원이 필수적일 수 있다.

이런 도전이 모두 성공을 거두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위기는 교훈을 준다. 2012년을 앞두고 유럽에 주어진 교훈은 정치적 재정적 통합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는 것이다. 늘 깨어 명확한 전략적 비전을 갖고 이 상황을 분석한다면 문제는 하나씩 풀려갈 것이다. ⓒProject Syndicate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외교정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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