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금래]‘성폭력추방주간’은 행복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

  • 동아일보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최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영화 ‘도가니’는 국민들을 좌절하고 분노케 했다. 사건의 발단인 광주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행사건엔 여성관련 정책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다짐을 백 번, 천 번 더 되뇌었다. 성폭력을 경험한 아동이나 여성은 평생 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하니 같은 여성으로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아동 및 여성 성폭력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해맑은 어린 시절 갑자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성인이 돼 어려운 삶을 살게 되고 결국 가해자를 찾아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신문이나 TV에서 종종 보도되고 있다.

정부는 1994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정부와 민간단체가 협력해서 피해자 보호와 성폭력 예방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성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성폭력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의 74%는 ‘아는 사람’이고, 13%는 가족 안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것은 일상 속에서 성폭력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법무부 자료에서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사범은 최근 3년간 80% 이상 증가하는 등 성폭력 피해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성매매 역시 성폭력의 일환이며 여성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부의 성매매집결지 단속과 방지 노력에 따라 전업형 성매매업소는 감소되고 있으나 유흥업소 등 겸업형 성매매, 해외원정 성매매 등 새로운 형태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그 여파로 지난 1년여 동안 포항지역에서 성매매 강요, 고리사채 등의 이유로 8명의 유흥업소 여성종사자가 자살했고 경남지역에서는 노래방에서 일하던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호주 등 해외원정 성매매 문제도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관련부처와 공동으로 2008년 ‘아동·여성 보호대책’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부처 간 공조를 강화하는 등 성폭력 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내 아동·여성을 위한 안전 강화 활동과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한 아동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생활 속에서의 아동·여성 보호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성폭력은 결코 ‘가해자’ ‘피해자’ 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만 나선다고 될 일도 아니다. 지역사회와 국민 모두가 함께 나서야 근절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11년 1월 1일 시행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린 ‘제1회 성폭력추방주간’이 갖는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2011년 성폭력추방주간엔 ‘성폭력 없는 세상, 우리의 관심으로’라는 주제로 여성 및 아동의 성범죄 추방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을 펼쳤다. 특히 성폭력상담소, 보호시설협의회 등 관련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성폭력 추방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민적 인식 개선 운동도 함께 진행했다.

성폭력 추방을 위한 주간행사는 일회성 행사로 끝나선 안 된다. 행사를 통한 범국민적 관심 제고와 함께 제도에 대한 보완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성폭력추방주간을 계기로 다양한 성범죄에 노출돼 있는 여성 및 아동 청소년들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울러 계층과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작은 관심이 함께 모일 때 궁극적으로 성범죄 없는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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