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그 간판 그 인물로 선거 치를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확인된 민심 이반은 한나라당으로선 넘어서기 쉽지 않은 악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따른 후폭풍도 거세다. 여기에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가 관련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파문까지 겹치면서 한나라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도 당 차원이나 지도부의 대응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내부에서 “우리 당이 수명을 다한 것 같다”는 얘기나 해체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도 심각한 상황을 말해준다.

한나라당 수도권 초·재선 의원 10명은 어제 ‘대한민국과 한나라당의 미래를 걱정하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도부에 당 해산과 재(再)창당을 요구했다. 이들은 재창당의 구체적 계획을 정기국회가 끝나는 이달 9일까지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 “의미 있고 즉각 실행이 가능한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함께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쇄신파에 속하는 일부 의원은 탈당 움직임까지 내비치고 있다. 어떤 조직이든 구성원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추구하다 보면 공생할 수 없다.

당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상황 인식과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현 지도부로는 안 된다’는 불안감이 당내에 팽배한데도 홍준표 대표는 대표직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어제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재창당 수준의 새로운 당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런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의원은 최근 종합편성채널 TV 대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통합과 화합을 통해 재창당 수준의 한나라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당을 새로 만드는 것은 책임정치가 아니다”라며 신당 창당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지금 한나라당은 사실상 ‘박근혜당’이나 다름없다. 박 의원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판국에 누가 ‘당 해체 후 재창당’이라는 확실한 환골탈태를 시도할 수 있겠는가.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그제 한나라당 당원교육 행사에서 한나라당의 위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 의원 등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제 와서 누구의 책임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한나라당은 지금의 간판과 인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모든 것을 버리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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