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창균]50대보다 높은 3040 부채 증가율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간 거시 자료의 한계로 말미암아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연령별 부채 부담 분포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가계부채가 단기적으로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일 뿐 아니라 향후 오랜 기간에 걸쳐 청장년층의 경제활동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로 자리하고 있음이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청장년층 은퇴후 자산부족 가능성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50대의 부채 증가율은 4.2%에 그친 반면 30대와 40대는 9.8%인 것으로 나타나 청장년층의 부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 구입이나 교육비 지출 등으로 인해 청장년층이 노년층에 비해 더 큰 부채 부담을 진다는 것은 굳이 복잡한 경제이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어서 이들의 부채 증가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청장년층의 부채 상환능력이 부채 증가 속도에 맞추어 강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성장 기조의 정착에 따라 전반적으로 소득 증가가 예전만 못할 것이며 임시직 비중이나 청년실업 증가 등 고용시장 상황 또한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특히 청장년층의 부채 부담 증가를 고령화의 진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매우 우려스러운 사태가 예상된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30대와 40대의 상당수가 은퇴 후 약간의 공적연금과 보유주택을 제외한다면 별다른 자산을 보유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현금흐름 또한 부족해 심각한 정도의 생활수준 하락 상태에 직면할 것이며 심한 경우 사회안전망에 의존하지 않고는 기초적인 생활조차 어려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과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경우 평균적인 가계가 6년 치 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전부 모아야 평균적인 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주택 가격이 높고,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가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에서 청장년층의 저축이 극히 부진하고 부채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택 구입이나 교육비 지출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므로 부채 증가에 부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즈음에서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칙을 한 번쯤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투자든 기대되는 수익이 투입되는 비용보다 큰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주택 수요가 감소해 장기적으로 주택 투자 수익률이 예전만 못할 것임은 명백하고, 교육 투자의 경우 비용을 지출하는 주체와 수익을 직접 향유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청장년층이 주택과 교육에 대해 현재 취하고 있는 투자전략의 수정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출구조 합리화로 부채 줄여야

수익률이 하락할 것이 비교적 명확한 투자에 더는 집착하지 말고 부동산과 사교육에 대한 지출을 과감히 축소해 지출구조를 합리화함으로써 확보된 자금을 부채 부담 축소에 투입하는 부채 다이어트를 심각하게 고려할 시점이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더는 금융시스템이나 거시경제 차원에서만 논의되는 거대 담론이 아니다. 은퇴 후 적어도 30년 이상을 별다른 추가적 소득원 없이 살아가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의 30대와 40대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이고 시급한 문제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부채 다이어트를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당장 시작해야 한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