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권영준]론스타 문제 이제는 털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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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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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주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심인 고법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형이 확정되면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보유 지분 51.02% 가운데 10%를 초과한 41.02%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고, 판결에 의거해 론스타가 은행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후 강제 매각명령을 내리게 된다. 외형적으로는 이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금융위의 승인이 내려짐으로써 지난 8년간 우리 금융사에서 법치금융의 치욕적 사례로 기록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건은 막을 내리게 된다.

매각지연은 사실상 직무유기 행위

그러나 양 극단의 주장이 여전히 존재해 문제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 극단은 이번 판결에 따라 론스타의 법률적 대주주 자격 박탈 시점을 현재가 아니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2003년으로 간주해 애초 외환은행 인수가 불법이므로 론스타가 이미 배당받은 2조 원과 앞으로 챙길 매각차익 모두를 장물로 보고 전액 환수해야 한다는 몰수론 또는 적어도 징벌적 강제 매각명령을 내리되 분산 매각을 강제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징벌적 주장이다. 이는 매각 당시 우리 실책을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해 국민감정을 시원케 할지는 몰라도 국제법상 분쟁을 야기할 수 있고 현행법 체계를 무시하는 초법적 조치라서 문제가 있다.

다른 극단은 론스타가 언론에 비공식적으로 흘리는 대법원 재상고 주장이다. 이는 하나금융과 계약을 맺은 7월보다 현재 주가가 40% 이상 폭락해 결과적으로 9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론스타에 안겨주면 안 된다는 악화된 여론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재협상 압력을 피하려는 론스타 측의 꼼수와 관련이 있다. 즉 대법원에 재상고할 경우 최소한 2개월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어 하나금융과 맺은 계약상 유효시점인 11월을 넘기면 론스타가 다른 인수자를 물색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아전인수식 주장이다.

어쩌다 세계 13위 경제대국인 우리나라가 정체불명의 일개 사모펀드에 국민 경제의 혈관인 은행을 매각하고 이런 수모까지 겪어야 하는지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진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한들 어쩌겠는가. 외환은행 사태를 통해 앞으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 정책적 판단력과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시장 경쟁력이나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는 외환은행을 살리는 것에 최우선 정책적 목표를 두어야 한다. 또 론스타에 두 번 당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매각이 지연될 때마다 보란 듯이 고액 배당으로 현금을 빼내 매입원가 이상으로 회수해 간 론스타에 더 시간을 주는 것은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직무유기에 가까운 무사안일한 처사다. 이제는 합리적 판단하에 외환은행 사태를 하루속히 끝내야 한다.

외환은행 정상화에 초점 맞춰야

금융위는 변양호 신드롬에 숨지 말고 론스타가 대법원에 재상고하더라도 법적 하자가 없는 강제 매각명령을 내려 국내 매수자인 하나금융의 가격 협상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동시에 대법원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이미 증명된 것이므로 법률적 편의성만을 악용하려는 론스타에 시간을 더 주지 말고 기각 처분을 신속히 내려 대한민국 사법부가 살아 있음을 보여야 한다. 징벌적 매각명령이라는 초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합법적 틀 안에서 유리한 가격 협상이 이뤄지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모든 지표상 경영이 위축되지 않고 대출과 외환, 수출입금융 등의 분야에서 역량과 업무 노하우가 회생돼 개인 고객과 중소기업에 서비스하도록 외환은행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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